[머니위크]공포와 괴담의 증시/ 글로벌 경제, 어디로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기록적인 폭우가 연일 쏟아지더니 8월 첫주가 되자마자 증시바닥에 구멍이 뚫린 듯 연일 이어지는 폭락에 많은 투자자들이 망연자실하였다. ‘검은 금요일’처럼 특정 하루를 칭하는 단어보다는 차라리 ‘검은 일주일’이란 단어가 적절해 보인다.
미국이 부채를 제대로 못 갚는 디폴트에 대한 우려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하다가 연방정부가 부채 상한액을 늘리기로 협상이 이루어져서 안도의 숨을 쉬게 되었지만, 그것은 잠시 뿐이었다. 부채 한도 증액으로 연방·주·시정부의 재정지출은 감소하여 경기에 악영향이 나타나리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ISM제조업지수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실물경기의 둔화 우려가 대두되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조달금리가 유로화 도입 이래 최고 수준인 6%를 넘어섰고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은 조달금리가 7%를 돌파하자 버티지 못하고 구제금융에 손을 내밀었다. 전 세계 주식시장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폭락을 하였고 이중침체를 뜻하는 더블딥에 대한 우려 얘기가 거의 모든 언론의 경제면을 뒤덮었다. 금융기관과 펀드에서 위험자산을 처분하고 안전자산 확보에 나서면서 독일 국채와 스위스 프랑, 일본 엔, 금과 같은 안전자산의 수요가 늘어났다. 특히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주식시장 매물이 증가하여 하락을 선도하였다.

목요일(4일)에는 미국 S&P 지수가 60.27포인트(-4.78%) 하락하여 리먼 사태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공포지수 VIX는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인 31.66을 기록하면서 ‘레드존’인 30을 넘어섰다. 시장 불안조짐에 은행들이 현금확보에 주력하면서 단기자금이 고갈되는 현상도 나타나서 2008년 리먼 파산 때와 비교하는 얘기까지도 월스트리트에 나왔다. 일본에서는 엔-달러 환율이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자 중앙은행이 시장에 개입했다. 주말에는 미국 신용등급이 사상 처음으로 강등되는 발표도 나왔다.
‘검은 일주일’ 동안의 하락률이, 미국에서는 다우지수 -5.75%, 나스닥지수 -8.13%, S&P500지수 -7.19%에 달했고, 영국 -9.77%, 프랑스 -10.73%, 독일 -12.89%, 이탈리아 -13.21%, 스페인 -9.96%, 브라질 -9.99%, 멕시코 -6.39%, 한국 -8.88%, 일본 -5.42%, 인도 -4.90%, 중국 -2.79%, 인도네시아 -5.06%, 태국 -3.54%, 말레이지아 -1.57%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거의 모든 국가들이 주봉상 긴 음봉을 만들면서 전 세계에 동시 다발적인 투매가 진행되었다. 재정위기의 진앙지인 유럽의 하락률이 두드러지고 경제 성장이 앞서는 이머징 시장이 상대적으로 하락률이 적은 편이었다.
베네주엘라는 나홀로 일주일 동안 +8.30%나 크게 올랐는데, 연간으로는 2009년에 56.96%, 2010년에 18.63%, 2011년에는 지난주까지 +42.29% 상승률을 나타내면서 오히려 천정이 뚫린 형국으로 지속 상승하는 특이한 경우이다. 인도네시아 같은 신흥국은 상대적으로 견조하다가 금요일에는 결국 항복하는 모습으로 일봉상 긴 음봉을 만들며 -4.86% 하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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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시장에서의 수급
이머징시장 중에서는 한국시장이 하락률이 큰 축에 속한다. 이머징시장에 들어온 외국자금이 불확실성 증대에 대처하여 현금확보에 나설 때 시장의 거래규모가 커서 현금화가 용이한 한국의 주식을 우선적으로 매도하고, 그로 인해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손절매 규정에 의해 기관이 뒤이어 매도하고. 견디고 있던 개인들의 투매로 이어졌다. 일부 자문형 랩에서도 차익실현성 매물이 쏟아졌는데 다른 자문형 랩으로까지 확산되는지는 경계할 부분이다.
기금과 사모펀드만이 일주일 내내 순매수를 지속하였다. 특히 기금은 74.72 포인트 하락하면서 시장의 폭락이 가장 심하던 금요일에는 8500억원 이상을 매수하여 쏟아져 나오는 매물을 받아주었다. 이런 매수 규모는 금융위기의 절정시기를 제외하고는 가장 큰 규모이다. 시장 폭락 시 기금의 대규모 매수가 그 뒤로는 수익을 내주었던 전례를 비추어보아서 장기 투자의 방어판인 기금의 매수가 미래의 희망을 그나마 느끼게 해주고 있다.
◆외국인들 단기 투기적 매매 지속
선물시장에서 외국인들은 화요일과 수요일에 1만2000계약 이상 팔았다가,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1만계약 이상 사들여서, 그 이전부터 단기적으로 사고파는 것을 반복해 오던 경향을 지속하였다. 즉 시장 흐름의 추세적인 방향을 예단하는 매매보다는 단기 투기적인 매매를 지속하여 프로그램 매매를 유발시킴에 따라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 확대를 야기시키는 역할만 하고 있다.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자금으로 증권사에 들어와 있는 투자자예탁금은 18조6000억원을 넘어서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세계 경제 불안감이 급격히 높아지며 시장이 급락할 때 주식을 팔고 시장을 떠나기보다는 주식을 저가에 살 수 있는 기회로 여기는 자금이 많이 들어와 있는 것이므로 일반투자가의 매수 기반은 확충되어있다. 전체적으로 종합하면 해외발 악재로 인한 외국인의 매도가 수급상 하락의 핵심 축이고 그 외에는 수급이 괜찮은 편이라 볼 수 있다.
지난해에 국제금융시장에서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동반 하락이 심화되던 시기에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가 5월1일부터 6월10일까지 6조5000원에 달했다가 그 뒤로 그 이상 규모의 순매수를 했었다. 이렇듯, 근래 국제금융시장에서 위기감이 다시 높아지면서 7월12일~8월5일에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가 3조6000억원에 달한 것만 보고 외국인의 본격적인 이탈을 예단하기는 곤란하다.
단기적인 성향을 가진 일부 헤지펀드의 매도 및 국제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현금 확대의 필요성에 의한 외국인의 매도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려볼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의 저점이 지나간 후 2009년 3월부터 지금까지 외국인의 누적순매수가 50조원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부터 대세하락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면 외국인이 이익실현을 해가기는 용이하지 않을 것이다. 코스피 2000포인트 이상에서 누적순매수 금액은 근래의 대규모 매도로 인하여 거의 남아있지 않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이 양호하고 세계시장 속에서 한국 글로벌 기업들의 위치가 올라가 있고 실적도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여 주식시장 PER가 낮은 상태이므로 가치 측면에서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매력도는 변함없다. 대외 금융시장 상황만 아니라면 외국인의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선호도는 여전할 것이다. 외국인이 원화를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보고 있음은 주식을 팔면서도 채권을 사는 것에도 나타나있다.

◆더블딥 가능성?
시장 폭락이 야기되는데 가장 크게 작용한 단어는 경기의 일시 회복 후 재침체를 뜻하는 더블딥이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이미 3년 가까이 플러스 성장을 해온 국가에서는 더블딥이란 단어 자체를 사용하기는 곤란하다. 경제가 3년 가까이 플러스 성장을 하면서 주식시장이 중장기 상승해온 경우에는 이미 대세상승을 한 것이고, 대세상승 이후의 하락을 더블딥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대세상승 이후의 하락이라면 더블딥이 아니라 그냥 대세하락이다.
미국은 GDP 성장률이 2008년 4분기에 가장 낮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뒤 마이너스가 줄어들기 시작하다가 2009년 3분기부터 플러스로 돌아섰고 2011년 2분기까지 8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하였다. 주식시장도 2년 동안 S&P500지수와 다우지수 모두 10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제 성장률이나 시장의 상승속도가 흡족하지는 않더라도 상승은 상승으로서, 경제 사이클이 옛날보다 짧아진 현대에는 2~3년이란 기간은 대세로 간주해도 되는 기간이다.
금융위기 절정이 지나고 경제가 회복되고 시장이 오르면서 꾸준히 더블딥 논쟁이 있어 왔지만, 시간이 이만큼 흐른 지금까지도 더블딥 우려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본격적인 경기침체 우려, 그로 인한 대세하락 우려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경기부양론자인 크루그먼처럼 "공식적으로는 경기침체가 2년전에 마무리됐고 경제는 혼란에서 벗어났으나 금융위기 초기의 급강하를 감안할 때 경제성장은 충분치 않다. 미국 경제는 지금도, 그리고 과거에도 회복국면에 들어선 적이 없다. 회복한 적이 없으므로 다시 침체된다는 평가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어떤 수준을 경기회복으로 보느냐에 대한 주관적인 견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용어의 표현에서 한 가지 정답만이 맞는다고 볼 수는 없다.
밀레니엄 시대를 향해 빠른 속도로 시장이 오를 때에는 신경제라는 표현이 확산되면서 오르는 쪽으로 시장심리가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듯이 더블딥이란 표현의 확산은 반대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비관적 표현이건 낙관적 표현이건, 정의에 주관성이 들어가는 특정 표현의 확산은 사람들 심리가 균형을 잃고 한쪽에 지배당하게 되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치인 1.8%에 못 미치는 1.3%로 나타났고, 제조업의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7월 제조업지수가 2년 내 최저 수준인 50.9로 하락한 것도 시장의 폭락에 크게 기여하였다. 7월 서비스업(비제조업)지수와 6월 공장주문 실적도 전월보다 하락하면서 시장 예측치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모두 지나간 과거 수치이다.
지표가 악화된 것에는 디폴트 가능성의 대두, 단기 급등한 유가, 대지진으로 인한 일본 부품 공급 중단 사태 등이 작용했다. 그러나 이제는 디폴트 가능성이 부채한도 상향조정 협상 타결로 사라졌고, 유가는 경기침체의 우려로 상승 압력이 줄어들었다. 기업들이 일본 대지진 이후 부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내구재 주문이 감소했지만 일본 부품 공급 차질로 인한 문제도 해결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3분기 지표는 2분기보다 나아질 가능성도 바라볼 수 있다. 나쁜 것이 마냥 나쁜 것으로만 강화되는 것이 아니고 전환점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미국 ISM제조업지수가 하락했지만 확장을 의미하는 기준선 50선 위에 여전히 놓여있다. 물론 하락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기준선 아래로 내려가겠지만, 대세상승국면에서도 이번처럼 ISM제조업지수가 하락하다가 다시 돌아선 사례들이 많기 때문에 미리 예단할 수는 없다.

ISM제조업지수는 제조업체의 구매담당자가 체감하는 경기를 조사한 지표이기 때문에 경기 관련된 보도에도 영향을 받는다. 주식시장 공포감의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VIX지수와 ISM제조업지수가 서로 상반된 움직임을 나타내며 움직이는 것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리스 2차 재정 위기가 발생한 시기에는 VIX지수가 상승하면서 ISM제조업지수는 급락했으며, 미국 역사상 초유의 디폴트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대두될 때에도 VIX지수는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ISM제조업지수는 급락했었다. 이번에도 VIX지수는 급등했다.
ISM제조업지수에 선행성을 나타내는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큰 변화가 없이 6월에 전월비 +0.11%를 기록하여서 4월의 -0.44%를 저점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제조업 가동률도 하락하지 않으면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난 2009년 6월 이후의 평균치(73.8%)보다 높은 상태가 3개월째 유지되고 있다. 이와 같이 제조업 실물 경기가 크게 좋아지지는 않더라도 경기 침체로 갈 정도로 하락하지도 않고 유지되고 있어서 완만하게나마 제조업 경기 확장 추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전망에서는 ‘우려’나 ‘기대감’에 의하지 않고 현재의 추세선을 보며 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도 있다.
중요한 지표에 해당하는 7월 고용지표는 예상보다 좋아지면서 두 달 동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7월 민간 비농업부문 고용이 전문가들의 전망치 10만명을 넘어서 11만4000명 증가하였고 실업률은 9.1%로 전달에 비해 0.1%포인트 낮아졌다. 비록 고용지표가 경기침체 우려를 잠재울 수준은 아니지만, 경제가 침체로 가는 것은 아니라는 단서가 될 수도 있다.
경제지표가 아니라 기업과 가계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면 상황은 더욱 낫다. 기업의 상당수가 예상을 넘어서는 좋은 실적을 내고 있으며 가계부채 부담은 1992년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로서 건전해지고 있다. 미국 비금융기관의 현금성자산은 계속 늘어나서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금융위기 시 과거에 보기 힘들었던 수요의 감소를 경험한 기업들이 과잉 공급에 대한 우려로 설비투자를 지연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여러 가지를 종합한다면, 금융위기 이후의 경기 회복 기조가 끝나고 침체로 접어들기보다는 회복속도가 다소 느려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 재정지출 규모가 줄어든 상태에서 긍정적 지표가 확인될 때까지 경제활동이 움츠러든다면 미국의 경제 방향에 대하여 섣불리 극단적인 예측을 하기보다는 최소한 3분기까지는 기다려야 봐야할 것이다. ‘검은 일주일’의 폭락은 여러 상존하는 요소들 중 미래에 대한 우려 부분만을 과다하게 반영한 측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