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낙농농가 대표기구인 낙농육우협회와 유업계 대표기구인 낙농진흥회간의 원유 가격 인상 협상은 '목장의 혈투'를 방불케 한다. "꼭 저렇게까지 싸워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협상이 제대로 될 리 없는 '24시간' 밤샘 협상은 차치하고, 왜 4년에 한번 꼴로 만나서 저렇게 싸우듯 협상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목소리는 낙농농가와 유업계 내부에서도 만만치 않다.
양측은 오랜 동업자다. 우유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낙농농가가 젖소를 키워서 원유를 짜내야 하고, 유업체들은 이를 모아 생산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도 4년에 한번 씩 이런 동업자간 벼랑 끝 협상이 반복되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
삭발을 하고, 특정단체명이 적힌 인형을 불태우고, 단식 투쟁 속보를 날리는 낙농농가의 격렬한 사전 의례가 안타깝다. 그래야만 "이제 올 것이 왔구나"하고 대응하는 낙농진흥회도 갑갑하다.
'납유 거부→우유 생산중단→우유 대란'이라는 벼랑 끝에 서서 담판을 짓는 자세도 문제가 있다. 그만큼 절절한 심정은 잘 알겠지만 "우리가 버티면 소비자들은 우유를 먹고 싶어도 못 마신다"는 식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것은 원치도 않는 소비자를 볼모로 끌어들이는 것 같아 마땅치 않다. 낙농농가들의 가격인상안을 처음부터 귀담아 듣지 않고, 항상 벼랑 끝에 서야 사태를 해결하려 드는 낙농진흥회의 태도도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양측이 머리를 맞대고, 이런 절차상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행 4∼5년인 원유 가격인상 주기를 2년으로 단축하고, 사료 가격과 인건비, 젖소 가격 등 원유 가격 인상 요인을 명확히 정해 양측이 공정하게 표준가격을 조사하면 일이 쉽다.
2년 후 협상테이블에서 양측은 이 표준가격을 근거로 각자의 입장을 조율해 인상안에 반영하면 된다. 굳이 '지금 올리면 또 언제 올릴지 몰라서' 격렬하게 협상에 나설 일도 없고, '지금 덜 올리면 4년이 편하다'고 버틸 일도 없다. 2년에 한번 씩 기회는 양측에 공평하다.
우유는 철저히 가격탄력적인 제품이다. 가격이 비싸지면 소비자들은 우유를 멀리한다. 그러나 낙농농가와 유업계의 어려움을 익히 알고 우유를 즐겨 먹는 소비자들도 양측이 이렇게 볼썽사나운 협상 과정을 반복한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