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장면들이 있을 겁니다. 노란색 택시들과 수많은 인파, 그리고 화려한 네온사인이 그것이지요. 또 도로변 어느 곳에서나 마주칠 수 있는 핫도그와 프렛젤 카트들입니다. 이런 모습은 유명한 영화에서도 뉴욕을 상징하는 훌륭한 소품으로 자주 쓰입니다.
사실 뉴욕 도로변에서 파는 핫도그와 프렛젤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음식입니다. 뉴요커들은 이 카트에서 파는 핫도그를 "dirty water dog" 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말로 직역하면 ‘더러운 물을 쓴 핫도그’가 됩니다. 위생적이지 않다는 뜻이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뉴요커들과 관광객들은 핫도그와 프렛젤을 즐겨 먹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빠르고 간편하니까요…. 아무리 효율성이 좋은 식당이라 해도, 앉자마자, 식탁에 금방 음식을 내놓는 곳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간편하고 신속한 것이 카트 음식의 최고 장점입니다.
핫도그와 프렛젤 외에도 유명한 길거리 음식이 또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닭고기가 든 밥’(chicken and rice), gyro(케밥, 중아시아/터키 쪽에서 먹는 음식으로서 치킨이나 소고기 등등을 섞어서 pita와 함께 먹는 샌드위치랑 비슷한 음식) 등 여러 나라의 다양한 음식이 길거리 손님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하나 같이 값이 싸고 즉석에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사무실이 대거 몰려있는 미드타운 쪽이나 월스트리트 쪽은 점심시간만 되면, 양복 정장에 넥타이까지 맨 회사원들조차 카트 앞에 줄을 서서 길거리 음식을 즐기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IMF 외환위기 여파로 퇴직하신 분들이 음식점을 창업했다고 하지만, 미국도 2008년 이후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레스토랑 비지니스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뉴욕에서 이런 레스토랑들은 잘 살아나지 못합니다. 보통 1년, 길어야 2년 정도면 문을 닫고, 그곳에는 또 다른 레스토랑들이 들어서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비싼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이른바 ‘길거리 창업’입니다. 푸트카트나 푸드트럭을 이용해 도로변에서 장사를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개인 기업들의 수입이 최근 들어 급상승하고 있답니다.
이러다 보니 최근에는 세계적인 여행음식 평가출판사인 미셸린가이드로부터 별(우수상)을 받았던 식당의 요리사들까지 푸드트럭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하네요. 예를 들면 오게닉(유기농) 아이스크림과 비싼 빵들만 파는 예쁜 푸드트럭인 'Van Leeuwan(반 르웬)' 은 보통 하루 1000 개 이상의 아이스크림을 판다고 합니다. 이들은 기름때 묻고 더러운 트럭을 예쁜 파스텔 톤으로 화장시킨 뒤, 그럴듯하게 네임브랜드까지 써놓아, 유명한 카페 못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초콜릿 아이스크림과 반 르웬 엣트레소 선데이라는 빵인데, 가격은 3달러50 에서 5달러정도 합니다. 싼 음식이 아니지요. 2008년에 개업해 2009년에는 무려 9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이제는 음식,식품 체인점인 홀푸드(whole foods) 매장에까지 진출해 아이스크림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의 PICK!
푸드트럭은 일반 레스토랑을 개업하는 것의 4분의 1 정도 비용이면 시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트위터(Twitter), 페이스북(Facebook), 스퀘어(FourSquare)와 같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이용해 홍보하기 때문에, 마케팅비용도 크게 절감한다고 합니다. 어떨 때는 사람들이 트위터를 보고, 트럭의 위치를 확인한 뒤 일부러 그곳까지 찾아가 음식을 사먹는 경우도 있을 정도입니다. 한 곳에 머물 수 없는 ‘길거리식당’의 단점을 인터넷과 모바일이 보완해주고 있는 것이지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홀푸드(Whole Foods)와 같은 거대 마켓 체인점까지도 길거리 푸드트럭을 흉내낸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습니다.
길거리 음식은 한발 더 나아가 멕시코 음식의 대명사인 타코트럭, 한국의 인기메뉴인 갈비트럭, 다양한 요거트를 즐길 수 있는 푸드트럭 등으로 메뉴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네티즌들의 호평을 받아, 유명 레스토랑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뉴요커들도 저렴한 가격에 세계 각국의 음식을 쉽게 체험할 수 있으니, 작은 즐거움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맛과 서비스가 좋다면 장소와 형식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변방의 비위생적인 것으로 여겨지던 ‘길거리 음식점’이 유명 레스토랑 못지않은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면 더욱 맛과 서비스의 중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더티 트럭’에서 ‘클린 트럭’으로 변신하는 트럭푸드의 모습은 마치 밑바닥으로 추락했던 미국 경제가 서서히 꿈틀거리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