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글로벌 경제 어디로/ 부동산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후폭풍이 금융시장을 넘어 부동산시장에 상륙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이 급변동하면서 전체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위험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옥죄기 시작했다.
부동산 및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지난 8일부터 집단 대출을 진행하면서 대출자의 소득증빙을 요구하는 등 심사 강화에 나섰다.
지금까지 집단대출은 시공사 연대보증으로 진행, 대출자의 신용상태까지 들여다보지 않았다. 집단대출은 분양 이후 입주 전까지 중도금과 잔금, 이주비 대출 형태로 수분양자가 은행에서 단체로 받는 대출이다.
집단대출은 담보인정비율(LTV)이 지역에 따라 분양가 대비 50~60%로 적용한다. 금융당국은 서울 등 수도권 일대의 집단대출에 대한 LTV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돈줄이 더욱 조여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단대출 시 총부채상환비율(DTI)를 적용하지는 않지만 소득수준을 확인해 상환능력을 확인하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권고"라며 "소득증빙이 불충분할 경우 대출이 안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자금 옥죄기…분양시장 또 '찬물'
집단대출 조건이 까다로워 진 곳도 있다. 강원도 춘천시의 한 아파트 사업장은 은행이 집단대출시 계약금 조건을 분양가의 5%에서 10%로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분양대행업체 타이거하우징 김태욱 사장은 "은행들이 집단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하면서 분양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미국 사태가 장기화되면 살아나는 듯 했던 분양시장도 얼어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도금 무이자 대출 등으로 분양률을 높이거나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건설사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 고양시 일산 식사지구의 G아파트는 분양가의 60%인 중도금 대출을 받으면 이자 지원은 물론 분양가 20%인 잔금도 대출 받도록 유도, 이자를 현금으로 지원해 준다. 미분양 해소를 위한 일종의 고육책이다. 만약 개인별 채무상환을 심사하기 시작하면 대상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은행에서 집단대출에 대해 개인별 상환능력을 감안해 심사를 따로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은행에서 이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하면 할인 분양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막혀 미분양 해소가 어렵게 될 뿐 아니라 신규 분양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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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집단대출에 대한 기준 강화는 주택담보대출을 더욱 옥죄고 전체 부동산시장 침체를 더 깊게 할 수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감소는 거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은행 대출을 끼지 않고 주택 구입자금 전체를 자기자금으로 동원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다.
다만 경기 불안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부동산시장에 긍정적 요소다. 미국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해져 금이나 채권 값을 높이고 있다. 채권 금리가 하락(채권가격 상승)하면 시중 금리와 연동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금리 하락으로 이어진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3.52%(11일 기준)로 이달 들어 0.38%포인트 급락했다.
◇휴가철 비수기 맞물려 분양일정 늦춰
7~8월은 분양시장도 휴가철이다. 수요자의 관심이 떨어지는 시기라서 가능하면 모델하우스 개관 일정이나 분양계획을 앞으로 당기거나 뒤로 미루는 게 일반적이다.
주택시장에 냉기가 가시지 않은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분양을 계획한 건설사들은 금융시장을 예의주시하며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처럼 실물경제로 확산되면 부동산시장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비수기인 추석 연휴까지 분양 일정을 미뤄놓았기 때문에 그 이후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돈줄 죄기에 나서면서 신규분양은 물론 기존 주택거래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은행들이 돈줄을 죄면 투자자금 마련이 어려워진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미국 사태가 장기화되면 분양 일정을 연기하는 사례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 재건축, '복병'만나 반짝 상승 그칠 듯
최근 고개를 들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도 이내 숨을 죽였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는 최근 2∼3일 동안 평균 2000만∼3000만원씩 떨어졌다.
42㎡는 매매가는 이달 초 7억7000만원에 거래됐으나 7억4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50㎡는 8억7000만∼8억8000만원에서 현재 8억4000만∼8억5000만원까지 내렸다.
개포동 N중개업소 사장은 "국내 증시가 폭락을 거듭하면서 매수세가 눈에 뜨게 줄었고 지난달 2000만∼3000만원씩 올랐던 가격도 다시 떨어졌다"고 전했다.
전망에 대해선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시장 쇼크가 장기화될 경우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을 줄이거나 금리조건을 까다롭게 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사태가 부동산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도 미국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연말까지 분위기 반전은 어려울 것으로 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본질이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소장은 "2008년 가을에는 주택 실거래가가 30% 정도 떨어지고 환율도 급등하는 등 시장이 요동쳤지만 이번은 다른 모습"이라며 "몇 년간 조정을 겪어 주택시장의 거품이 어느 정도 빠져 있고 거래도 많지 않아 가격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