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소비자만 `봉`이 되는 것 같네요."
주부 A씨는 최근 낙농가와 유업체간의 원유가격 협상 타결 과정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이번 협상에선 원유 가격을 리터(L) 당 130원 올리는 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유업체들도 우유제품 가격을 최대 20%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정부 눈치를 보던 유업계는 제품가격을 인상할 명분을 얻게 된 셈이다.
게다가 예전보다 우유 품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소비자들은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는 "낙농가들의 고충을 고려해 원유가격이 인상되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품질까지 떨어진다면 그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우려의 중심에는 `체세포수 2등급 원유 인센티브'가 있다. 체세포란 젖소 유방 안에서 떨어져 나온 `노폐 세포'를 일컫는데 그 수가 많을수록 젖소의 건강이 안 좋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체세포수 등급은 1~5등급까지 나뉘는데 1등급(mL당 체세포수 20만개 미만)이 가장 좋고 등급이 높아질 수록 원유 품질은 떨어진다.
이전까지 1등급 원유의 경우 L당 51.50원, 2등급에는 L당 23.69원의 인센티브를 줬기 때문에 1등급이 전체 원유 생산량의 절반 정도까지 차지했다. 그런데 이번에 2등급 인센티브를 L당 47원으로 대폭 높이면서 1등급과의 가격차가 겨우 L당 4.5원로 좁혀졌다. 이와 관련해 낙농육우협회는 사육비용을 줄이면서도 산유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환영한단 입장이다.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유 업체도 희색이다.
그러나 2등급 원유 생산의 잇점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도 2등급 제품을 접하게 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낙농육우협회 측은 2등급까지는 국제 기준에 포함된다고 설명하지만, 소비자들의 기분은 꺼림칙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이번 원유협상 과정에 대해 "소비자를 볼모로 한 협상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매번 올해 같은 협상 과정이 반복된다면 결국 우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자체가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업계 스스로 인식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