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정권의 몰락으로 리비아가 수주일 내에 글로벌 원유시장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전 이전 상태로 원유 공급이 회복되기까지는 최소 2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리비아의 원유 생산량이 내전으로 하루 160만배럴에서 5만배럴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석유산업 전문가들은 내전 초기부터 리비아 반군이 점령하고 있던 동부 유전과 남서부 사막 유전에서는 향후 3개월 내에 하루 원유생산량을 30만배럴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내전 이전 수준으로 원유생산량이 회복될 때까지는 최소 수년간의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 컨설팅회사인 PFC에너지의 리비아 전문가 벤 카힐은 "리비아가 2013년까지 혹은 그 이후라도 조만간 내전 이전 수준으로 원유생산량을 회복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을 겪은 이란이나 2002~03년 유전 파업이 있었던 베네수엘라의 전례를 봤을 때 유전에서 원유 생산이 일단 중단되면 생산량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렸다.
이라크의 경우 2003년 미국 주도로 벌어진 전쟁 때 유전 인프라가 거의 훼손되지 않고 보존됐지만 원유생산량은 2008년이 되어서야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라크전 이후에도 정치적 혼란과 광범위한 약탈, 유전 인프라에 대한 공격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JP모간의 석유 리서치 대표이자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직 임원이었던 로렌스 이글스는 "리비아 반군이 수도 트리폴리를 점령한다 해도 2차 이라크전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얼마나 효과적으로 평화가 확보되느냐가 빠른 원유 생산 재개에 핵심 변수가 된다"고 말했다.
석유 전문가들은 리비아 반군들 사이에 분열이 심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리비아도 이라크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설사 정치적 갈등과 안보 위험을 피한다 해도 리비아 원유 생산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시르테 분지의 유전 시설은 노후화됐기 때문에 원유 생산을 재개하기 위해선 대규모 보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지중해와 접하고 있는 리비아 중앙의 라스 라누프와 에스 시데르, 서부의 멜리타에 있는 원유 터미널들은 이번 내전으로 상당 부분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상되지 않은 유전 내 시설과 기구라 해도 구리 등 비금속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약탈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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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전에 카다피 정권에서 이탈한 슈크리 가넴 리비아 전 석유장관은 석유 전문 매체인 플래츠(Platts)와 인터뷰에서 유전 시설의 피해 상황과 광범위한 약탈 행위로 인해 리비아가 원유 생산을 즉각 재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3~4개월 내에 하루 생산량을 40만배럴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는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내전 이전 수준으로 원유생산량을 회복하는데는 2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비아의 원유 생산은 벵가지에 위치한 아랍 아라비안 걸프 석유회사(Agoco, 아고코)가 동부지역에서 처음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고코는 리비아 최대 사리르 유전을 포함한 동부 지역에서 하루 44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해왔으며 수개월 전에 카다피 정권의 국영석유회사와 관계를 끊었다.
아고코는 내전 초기에 석유 일부를 수출했으나 카다피 정부군이 유전을 공격한 이후 수출을 중단했다. 반군 국가과도위원회의 보호로 아고코는 손상된 유전 시설을 보수해왔기 때문에 내전이 끝나면 2~3주내에 시설 정비를 완료하고 원유 생산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지역의 유전은 석유회사들이 피해 상황을 아직 평가하지 못하고 있어 언제 생산이 재개될지 불확실하다. 외국 석유회사들은 연내 원유 생산을 재개할 수 있다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생산량으로 리비아 2위의 외국 석유회사인 스페인의 렙솔 YPF와 독일 BASF의 자회사 윈터셜이 생산 재개에 가장 적극적이다.
랩솔의 미구엘 마르티네스 수석운영책임자(COO)는 지난달 내전이 끝나면 일일 원유생산량이 35만달러였던 기존 유전에서 4주 내에 생산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석유회사 ENI도 상대적으로 빨리 원유 생산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ENI가 운영하고 있는 유전은 지중해 트리폴리에서 북쪽으로 100km 떨어진 펠라지안 분지에 위치해 있다.
카다피가 장악하고 있던 리비아 중앙 시르테 분지에서의 원유 생산 전망은 다소 암울한 상황이다. 카다피의 국영석유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시르테 석유와 이 국영석유회사와 코노코필립스, 마라톤, 헤스 등의 합작회사가 운영하고 있던 시르테 분지의 유전은 피해가 상대적으로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