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40대 경제학/40대에 물었다…직장생활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사회에 ‘사오정’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보통 정년으로 알려지 60~65세까지 직장에 머무르지 못하고 45세가 정년이라는 말이다. 이 말은 지금까지도 유효한 상태로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 직장인들은 조기 퇴출의 위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머니위크>가 창간 4주년을 맞아 틸리언패널과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40대 직장인들은 여전히 55~60세에 현 직장에서 은퇴할 것으로 낙관적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을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40대는 75%에 달하고 있다.

◆‘인간관계’로 쌓인 스트레스 ‘술’로 푼다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의 하나가 ‘스트레스’일 것이다. 그렇다면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40대 직장인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원인은 크게 세가지로 나타났다. ‘인간관계’(29.7%), ‘급여’(28.0%), ‘실적압박’(24.4%)다. ‘승진’(9.0%)이나 ‘명예퇴직’(6.6%)이 주는 스트레스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직장인 경영교육 전문업체인 휴넷의 문필봉 지식전략본부 본부장은 “직장 내 인간관계의 어려움, 급여 수준에 대한 불만족, 실적으로 표현되는 직업상의 성취 또는 타인의 인정과 관련된 자존의 문제는 한국의 40대가 처해 있는 사회적 입지와도 무관하지 않다”며 “이른바 ‘낀 세대’로 불리는 40대 직장인들은 기업 내 성과 창출의 책임과 함께 가정에서의 역할을 책임져야 하는 샌드위치 세대로서 인간관계 관리와 경제적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성별에 따라 직장에서 압박을 가하는 스트레스가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경우는 급여(29.1%)를 직장 내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았으며, 실적압박(26.6%)과 인간관계(25.5%)가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에는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5.7%가 인간관계를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았으며, 급여가 23.8%로 그 뒤를 이었다. 실적압박을 15.9%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히 전문직 급여생활자의 경우 일반 회사원보사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전문직 45.9%, 회사원 27.7%)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승진에 대한 스트레스의 경우도 남성은 10.2%인 반면 여성은 4.6%에 불과했다. 그러나 ‘명예퇴직’에 대해서는 여성(7.9%)이 남성(6.2%)에 비해 조금 높았으나 큰 차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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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필봉 본부장은 “인간관계의 경우 직종별로는 전문직일수록, 성별로는 여성인 경우 더 큰 스트레스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높아진 개인의식과 함께 업무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도가 커지면서 생긴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의 주된 해소 방법’과 관련 남성은 ‘술’이라고 답한 경우가 39.8%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이어 ‘운동 및 취미생활’ 31.0%, ‘혼자 삭힌다’ 21.4%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은 ‘운동 및 취미활동’이 25.2%, ‘혼자 삭힌다’ 23.8%, ‘수다’ 23.2% 등의 순으로 나왔다.
여성의 경우 ‘술’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답한 응답자는 12.6%였으며, ‘수다’로 스트레스를 푸는 남성은 2.4%에 불과했다.
문필봉 본부장은 “스트레스 발생의 주된 원인이 인간관계에서의 오해와 불신, 불인정과 부당함 등에 기인한다고 볼 때, 한국적 음주문화의 본질은 많은 여성들이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응답한 ‘수다’와 무관하지 않다”며 “술자리에서 동료의식을 느끼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과 어려움에 대해 공감을 얻고 나누는 것만큼 좋은 정신적 치유가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섯명 중 한명꼴로 스트레스를 ‘혼자 삭인다’고 대답했는데, 이는 입시로부터 구직난, 조기 퇴직 등 늘 치열한 경쟁 가운데 살아 온 40대 직장인들에게 스트레스를 마음껏 발산하는 것조차도 사치가 됨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직을 한다며 ‘급여’ 때문
‘이직을 생각해봤다면 그 이유는’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27.5%는 ‘급여 불만족’이라고 답했다. 직장 내 스트레스의 주된 원인이 ‘급여’라고 응답한 비율이 30%에 육박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직을 고려하는 주된 이유가 ‘급여’에 대한 불만족이라는 것 역시 당연하다.
이직을 전제로 했을 때 남녀 모두 ‘급여’(남성 27.2%, 여성 28.5%)가 가장 큰 이유였으며 그 뒤를 이어 남성은 ‘회사의 비전이 없어서’가 24.3%, 여성은 ‘상사와의 갈등’이 17.2%로 나타났다.
‘실적 압박’이 직장 내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업무 과중’을 이직을 생각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은 40대 직장인은 10.3%(남성 9.3%, 여성 13.9%)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직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답한 사람도 25.2%로 높게 나타났다.
문필봉 본부장은 “현실적으로 이직이 쉽지 않고 급여만으로 기대하는 수준의 부를 축적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현재의 직장에서 인정받고 오래 재직하기를 원하는 태도를 갖는 경우도 많다”며 “그런 맥락에서 4분의 1가량의 응답자가 이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은 일견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을 듯하다. 20%에 해당하는 응답자들은 ‘회사의 비전 부재’를 이직 고려사유로 꼽았는데, 우리 현실에서는 이 또한 안정적인 수입원으로서의 직장 개념과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40대 절반 이상, "은퇴는 55세 이후"
대한민국 40대 직장인들은 자신의 ‘은퇴시기’를 언제쯤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사오정’시대에도 불구하고 응답자의 34.9%가 ‘55~60세’라고 답했다. ‘60세 이후’라고 답한 비중도 28.9%에 달했다. 반면 ‘50세 전’이라고 답한 사람은 7.8%에 불과했다.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비교적 이른 시기에 직장을 그만 둬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전문직 종사자의 경우 60대 이후에도 직업생활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 비율이 42.6%에 달했다.
이영진 SK마케팅앤컴퍼니 프로젝트매니저(PM)는 “‘40대 명퇴 시대’라고 불리는 요즘이지만 설문에 응한 40대의 90% 이상이 본인의 은퇴 예상시기를 50대 이후라고 대답해 현실과 40대의 직장생활 은퇴에 대한 시점이 많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응답자의 75% 이상이 이직을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여전히 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퇴 후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0.1%가 ‘여행·운동 등 취미생활’이라고 답해 은퇴 후 삶의 여유를 찾고 싶어 하는 기대 심리를 드러냈다.
그러나 ‘재취업 등 경제활동’ 28.6%, '개인사업' 25.4% 등 절반 이상의 응답자들이 창업이나 재취업 등을 통해 경제활동을 지속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활동을 지속하고픈 의지는 여성(35.7%)에 비해 남성(58.8%)이 월등히 높았다.
문필봉 본부장은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 중인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사회적 과제를 함축하고 있다”며 “자녀들의 자립 연령이 점점 늦춰지는 등 경제적 부담을 떨쳐낼 수 없게 된 지금의 40대는, 노동의지가 있더라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탓에 비자발적 실업으로 내몰리게 될 수밖에 없는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진 PM은 “과반수 이상이 은퇴 후에도 재취업이나 개인사업을 생각하는 등 경제활동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정부와 기업의 체계적인 퇴직 프로그램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은퇴 후 ‘봉사활동’이나 ‘종교활동’을 하고 싶다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7.1%, 2.9%였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40대 1000명(남성 696명, 여성 30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번 설문조사의 신뢰도는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 ±3.1%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