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줄기세포 산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내보이면서 지난 2005년 소위 '황우석 사태' 이후 고개 숙이며 일해 왔던 '줄기세포' 업계에는 명예회복의 기회가 더 빨리 열리게 됐다.
줄기세포(stem cell)는 뼈나 심장, 피부 등 사람의 여러 종류의 장기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초기 세포를 말한다. 적절한 조건을 맞추면 모든 장기로 분화가 가능한 미분화 단계의 배아줄기세포와, 정해진 장기나 조직으로만 분화가 되는 성체줄기세포로 나뉘어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5년 황우석 당시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의 사이언스 게재 논문이 허위로 밝혀지면서 '세계 최강의 줄기세포 연구 강국'이라는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아픔을 겪기도 한 분야다.
당시 줄기세포는 중국 최초의 통일 황제인 진시황이 어린 아이(童男童女)들을 제주도까지 보내 찾겠다던 불로초(不老草)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할 정도로 대단한 관심 대상이었다.
모든 난치병을 줄기세포 하나면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이 신의 영역으로 불리는 '창조'의 범주까지 가기는 아직 멀었다는 실망감과 패배감만 안겨진 채 줄기세포 산업은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지난 2000년부터 본격화된 줄기세포치료 연구는 이런 과정을 거쳐면서 올해로 만 10년을 넘겼고 그 결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 시점이다. 그동안 줄기세포 관련 기업들은 수많은 비난과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왔고, 아직도 그 여운은 가시지 않았지만 과거의 땀과 노력이 허울이 아니라는 것을 차츰 증명해가고 있는 중이다.
에프씨비투웰브가 개발한 자가 줄기세포를 이용한 급성심근경색치료제(하티셀그램-AMI)'가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세계 최초로 상업화 품목허가를 받았다.
이어 지난 9일에는 메디포스트가 관절 연골 재생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의 제조 및 판매에 관한 품목허가를 식약청에 신청했다. 이르면 오는 12월에는 세계 최초의 동종(타가) 줄기세포 치료제가 탄생하게 된다.
국내에선 지금까지 총 7개 바이오사, 22건의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이 승인됐다. 이 중 이미 1건은 품목승인을 받았고, 1건은 품목승인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임상 2상과 3상 단계에 있는 것이 2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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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줄기세포치료제 중 상업화가 임박한 임상 2상 및 3상 단계에 있는 품목은 모두 27개다. 미국이 14건, 스페인 4건, 독일 3건, 프랑스 2건 등이다.
이제 줄기세포 산업 및 인체 재생 산업에서 세계 경쟁이 서서히 시작되는 시점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허가절차의 신속화와 심시기간 단축을 위한 전문인력 확충 등 강력한 의지를 갖고 산업 육성에 나서는데 것은 바람직하며, 관련 기업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줄기세포 산업이 개화기를 맞은 시점에서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6년전의 '광풍'이 줄기세포 산업과 증시에 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줄기세포'가 진시황의 '불로초'나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 모든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방법도 아니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일부 기업은 광고 문구에서 "생명 연장을 꿈꾸는 기업"이라는 식으로 환자들에게 지나친 기대를 불러오는 모습도 눈에 띈다. 이미 강남 일부 성형외과 등에서는 '젊음'을 돌려준다며 자가지방줄기세포 시술이 횡행하고 있다.
줄기세포는 '발암 가능성'의 상존 등 안전성에 대한 깊이 있는 고려가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 정부가 육성하는 만큼 부작용 우려 등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이 돼 있어야 한다.
줄기세포 치료제가 그동안 열리지 않았던 길을 여는 작은 열쇠이기는 하지만 이 열쇠가 만능키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산업의 육성에 있어서 세계 기준에 맞는 엄정한 심사와 한 치의 허점도 없는 승인절차 등 바른 길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의학계의 공통된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