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40대, 우린 이렇게 산다/ 연구원에서 한의사 된 서정환 씨
지금도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 다니면서 돈도 넉넉히 벌수 있을 텐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게 과연 쉬운 일일까? 더욱이 나이가 40대 중반 쯤 돼서 자신이 지켜야 할 가족까지 있는 상황이라면?
서울역 인근에 있는 한의원 '원화당(http://onehealing.blog.me)'의 서정환(49) 원장. 서 원장은 지금 하얀 가운을 걸치고 몸이 아픈 사람들을 돌봐주는 어엿한 한의사이다. 하지만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연구소에서 한국 경제에 대해 분석하던 연구원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금 하고 있는 연구소 일도 나쁘지 않았지만 한의사란 직업에 자꾸만 끌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심사숙고 끝에 진정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당분간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이미 결혼도 했고 40줄에 들어선 나이였으니 혹자는 걱정스런 마음에 혀를 찼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모험은 모험이었다. 그러나 서 원장은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보다 늦었을지 모르지만 그에게도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다.

(사진=류승희 기자)
◆40대에 갖게 된 새로운 꿈
서 원장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에너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 등에서 6년간 연구활동을 했다. 서 원장이 젊은 시절 지나온 길은 오로지 경제 연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날부턴가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연구 활동도 좋은 일이고 다른 사람들도 나름대로 좋은 일을 하고 있겠지만, 제 스스로 만족할 만한 좋은 일을 떠올리게 된 것이죠. 그래서 생각한게 병을 고치는 일이었고, 점차 한의학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서 원장 본인도 40대에 갑자기 한의학을 전공하게 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어쨌든 그동안 익숙해져 있었던 연구소를 과감히 떠나 다시 수험생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년간 오로지 한의사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공부했다.
예상했던 대로 쉽지만은 않았다. 첫 해에는 실패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2005년 원광대 한의학과에 편입하는 데 성공했고, 졸업 후 서울 중심가에 작은 한의원도 개원할 수 있었다. 그는 지금 한의사다.

(사진=류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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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 귀 기울이는 한의사
의사라고 하면 흔히 환자들에게 이런 저런 설명과 충고를 많이 늘어놓는 직업으로 인식된다. 어쩌면 실제로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서 원장은 나름대로 마음 속에 그려둔 한의사의 모습이 있다. 환자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듣는 한의사다.
"양의학의 경우 여러 장비들로 검사를 하기 때문에 환자의 직접적인 설명이 상대적으로 덜 필요하겠죠. 하지만 한의학은 기계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는 데다 특정 분야가 아닌 다방면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의 이야기를 신중하게 많이 들어야 올바른 처방을 내릴 수 있는 법이죠."
또 환자는 정말 몸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의사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며 그냥 돌려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서 원장은 이 부분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환자가 아프다고 하면 의사들은 환자를 위해 무엇이든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선 자신을 찾아온 환자가 평소 어떻게 생활해 왔고 지금 상태가 어떤지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내의 배려와 후원이 큰 힘
남들보다 조금 늦게 가진 꿈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쉴새없이 달려왔다. 그리고 지금도 나름대로 그리는 이상적인 한의사가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서 원장이 결코 잊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아내에 대한 고마움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전할 때 주위 사람들의 격려와 배려는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저 역시 아내가 힘든 시기를 참고 믿고 기다려 줬기 때문에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아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자신처럼 변화를 꿈꾸는 후배 40대들에게 격려의 말도 전했다. "40대야말로 정말 뭐든지 잘 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40대에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돼 있는 분들도 많이 있겠죠. 변화와 도전을 꿈꾼다면 40대는 절대 늦은 나이가 아닙니다."
직업정신이 인터뷰 중에서도 발동한 것일까? 끝으로 한의사다운 조언도 남겼다. "환자들에게 항상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어디가 아프든 가장 기본적인 처방은 운동이란 것이죠. 뭐 특별한 운동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하루에 단 30분씩이라도 땀이 약간 날 정도로 운동하시기 바랍니다. 일상 생활에서 그것만 지키셔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