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플라자 등 일부 특급호텔, 필요할 때 예약하기 힘들고 유효기간 연장도 안돼

#1.한 달 전 서울 더 플라자호텔 숙박권을 선물 받은 회사원 정진수 씨(43 ·가명)는 크리스마스나 연말을 특급호텔에서 가족들과 보내려는 마음에 들떠 있었다가 마음이 확 상했다. 플라자호텔 측에 숙박권 번호를 알려주며 예약을 하려했더니 이미 예약이 차 있다며 다른 날짜로 유도하는 것이었다.
올 연말까지인 유효기간이 석 달 남짓 밖에 주어지지 않아 그나마 서둘러 예약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정 씨가 정작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예약이 어렵다는 그 날짜에 다른 서울 시내 특급 호텔에선 예약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다.
#2.롯데호텔 서울 숙박권을 경품으로 탄 주부 우미영 씨(32)는 남편 생일에 맞춰 호텔에서 오붓하게 지낼 계획을 갖고 있다가 실망했다. 유효기간이 남편 생일 이전이어서 이를 연장하려 했지만 거부당했다. 유효기간 연장이 안 된다는 게 호텔 측 설명이었다.
일부 특급호텔들이 숙박권을 발행해 놓고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사실상 예약을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해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정 씨의 경우처럼 숙박권에 기재된 유효기간 내에 정상적으로 숙박 예약을 요청하더라도 성수기 시즌에는 예약이 완료됐다고 하거나 아예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 시내 특 1급 호텔 10곳의 크리스마스와 연말 예약률 현황을 조사한 결과, 9일 현재 기준 30~5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S호텔 관계자는 "크리스마스나 연말이 성수기 시즌에 해당하나 통상 예약은 12월 초에나 마감된다"며 "현재 예약률은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플라자호텔만이 그 기간에 100%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는 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또 우 씨의 경우처럼 유효기간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롯데호텔 측 주장과 달리, 서울시내 다른 특급호텔 대부분은 유효기간 연장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강남의 I호텔 관계자는 "우리 호텔은 유효기간 연장을 거부하는 일은 없다"면서 "일단 유효기간 내 숙박을 권유는 하지만 대개 고객편의 차원에서 연장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 숙박권이 이처럼 홀대받는 이유는 뭘까. 호텔 숙박권은 통상 호텔 측이 투숙률을 높이기 위해 자체 프로모션 차원에서 발행하는 경우와 기업체나 개인이 백화점 상품권처럼 구입해 선물용으로 증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증정용 숙박권의 경우 정상가보다 낮은 할인가에 발행되는 경우가 많아 사용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호텔 업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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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기와 비성수기의 호텔 객실료 차이도 숙박권이 찬밥 취급받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성수기에는 어차피 빈 방을 채우기 위해 숙박권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지만 성수기에는 '천덕꾸러기'신세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크리스마스 등과 같이 '특별한 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 방을 구해달라는 '민원'이 많기 때문에 일부 특급호텔의 경우 성수기에는 객실을 미리 빼 놓고 '반짝특수'를 노리는 관행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중구 태평로 서울시청 맞은편에 위치한 플라자호텔은 6개월의 리뉴얼 공사기간를 거쳐 총 400실의 객실과 중식, 일식, 뷔페, 이탈리안, 라운지&바 등 레스토랑을 지난해 말 재오픈했다. 이 호텔의 경우 서울광장은 물론 청와대, 북한산 등도 바라볼 수 있는 조망권이 있는데다, 2002한일월드컵 이후 서울광장이 길거리응원전의 메카로 떠오르면서 '국가적 이벤트'나 화려한 야경을 볼 수 있는 연말연시에는 인기가 높다.
플라자호텔과 인접한 소공동 롯데호텔은 객실 1000실을 보유한 국내 최대 특1급호텔로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 600억~700억원을 들여 외관과 식당 디자인을 바꾸는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를 최근 끝냈으며, 특히 한식당 '무궁화'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