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는 줄고 '온달'은 늘어난다, 왜일까?

'신데렐라'는 줄고 '온달'은 늘어난다, 왜일까?

권성희 기자
2011.11.25 16:19

[줄리아 투자노트]평균수명이 한 이유, 여성의 소득 창출능력도 점점 커져

향후 20년간 미국에서는 25조달러, 원화 기준으로 약 2경7500조원의 돈이 남성의 손에서 여성의 손으로 넘어간다. 왜? 이혼이나 배우자 사망, 혹은 상속 때문이다. 특히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 수명이 짧기 때문에 남성의 부는 빠른 속도로 여성에게로 이전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에서 '부자 리포트(The Wealth Report)'라는 제목으로 부자들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로버트 프랭크의 예측이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이미 여성들은 미국 백만장자들 가운데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여성들의 소득과 자산창출 능력이 더해져 미국에서는 2030년이 되면 전체 부의 3분의 2가 여성 소유가 된다. 앞으로는 왕자를 만나 신분상승을 꿈꾸는 '신데렐라'보다 공주를 만나 신분상승을 꿈꾸는 '온달'의 승률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드라마 '천일의 약속'도 알츠하이머에 걸린 가난한 여성과 재벌 아들의 순애보가 아니라 병에 걸린 가난한 청년과 재벌 딸, 혹은 젊은 여성 거부와 순애보로 바뀌어야 앞으로는 좀더 현실적인 내용이 된다.

한국 사회에서도 남녀공학의 전교 상위 석차를 여학생들이 싹쓸이하고 가정의 경제력을 주부가 장악한지는 이미 오래다. 앞으로는 월급 관리뿐만 아니라 전체 가정의 부와 국가의 부마저 여성이 더 많이 점유하게 된다.

남성들로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악몽의 시나리오일까. 이제라도 남성들은 '너는 펫'이란 영화에 등장하는 장근석처럼 일찌감치 여성의 애완남성(펫, Pet)이라도 되기 위해 외모와 애교 가꾸기에 돌입해야 하는 걸까.

◆'욱'하는 남성들, 투자할 때도 감정 개입돼 실패

남성이 여성에게 자산을 뺏기고 있는 것은 다만 이혼과 짧은 수명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신경경제학 또는 행동경제학 실험 결과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보다 투자도 더 잘한다. 즉, 돈을 벌어 불리는 능력도 여성이 앞서고 있다.

흔히들 남성보다 여성이 감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이 분위기를 더 잘 타고 상황이 어려우면 눈물도 잘 흘리고 감정에 잘 휘둘린다고 뜻이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심리실험이 이뤄질수록 남성이 여성보다 투자에 치명적인 감정적인 성향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1년에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 캠퍼스에서 3만5000 가구를 대상으로 주식 투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45% 더 많이 매매했고 이 결과 각종 거래수수료를 더 많이 부담해 수익률이 1.4% 더 낮았다. 특히 독신남은 독신녀보다 67% 더 많이 매매했고 수익률은 2.3% 더 낮았다.

헤지펀드 리서치가 2000년부터 2009년 사이에 실시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운용하는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이 9%로 남성이 운용하는 펀드의 수익률 5.82%보다 높았다.

왜 전형적으로 백인 남성들 중심의 세계인 금융에서조차 남성은 여성보다 더 성과가 뒤떨어지는 것일까. CNBC는 지난 10월10일 '당신이 소녀처럼 투자해야 하는 이유'라는 기사에서 남성과 여성의 투자 성과가 차이 나는 한 가지 이유는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때문이라고 전했다.

◆투자에 성공하려면 '테스토스테론'을 억제하라

클레어몬트 대학원 대학(Claremont Graduate University)의 폴 잭 신경경제학 교수는 실험 결과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질수록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 감정이 더 많이 개입하게 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감정이 업무에 전혀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잭 교수는 "감정적이 될수록 분석력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테스토스테론은 충동적인 행동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CNBC는 여성보다 남성이 투자 결정을 내릴 때 오히려 더 기밀 정보나 루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또한 테스토스테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리스크 회피 성향은 투자자들이 냉정한 판단을 내리고 시간을 투자해 사전 조사를 실시하도록 해준다. 이런 리스크 회피 성향은 여성의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CNBC는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남성 투자자도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렌 버핏은 소녀처럼 투자한다: 그리고 당신도 그래야 한다'라는 책의 저자 루앤 로프터스는 "버핏이 매일 일하는 모습을 관찰해보면 그는 하루 종일 무엇인가를 읽는다"며 "그는 단지 정보를 소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프터스는 "버핏은 리스크를 덜 지는 경향이 있고 더 멀리 생각하며 동료들과 경쟁심으로 인한 압박을 덜 받는다"며 "그는 자신의 감정을 잘 관리한다"고 밝혔다.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감정적으로 더 안정적인 이유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 덕분이다. 잭 교수는 "옥시토신은 두뇌의 감정 영역에서 주로 활성화된다"며 "옥시토신은 감정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라앉게 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다"고 설명했다.

◆투자를 잘 하려면 '옥시토신'의 힘을 빌려라

2008년~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여성은 옥시토신의 덕을 본 반면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의 피해를 입었다. 2009년 뱅가드그룹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자들은 증시가 최저치로 떨어졌을 때 여성들보다 더 많이 매도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투자의 세계는 남성들 중심이다. CNBC에 따르면 모든 헤지펀드 가운데 여성이 운용하는 펀드는 3~6%에 불과하다.

여성의 리스크 회피 성향이 신중한 투자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0년 '저널 오브 파이낸셜 카운셀링&플래닝'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여성들은 리스크 회피 성향 때문에 장기적으로 더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자산에 덜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리스크를 너무 좋아하면 갑자기 망할 수 있는 반면 리스크를 피하려고만 하면 하품 나오는 투자 성과밖에 거둘 수 없다. 결국 성공할 수 있는 유형의 투자자는 적당한 리스크를 신중하게 받아들이는 사람, 즉 여성적 성향을 지녔지만 비교적 높은 수준의 리스크를 받아들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투자에 성공하는 비결은 '공격적인 여성'이 되는 것이다. 옥시토신이 테스토스테론을 약간 더 우월한 입장에서 지배하는 수준의 호르몬 균형이 이상적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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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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