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에겐 어떤 언질도 없었습니다."
오비맥주의 맥주 값 인상 발표 직후인 8일 오후 2시쯤 국세청 관계자가 주류 담당기자들에게 다급히 전화를 걸어왔다. 국세청과의 협의가 이뤄져 인상이 가능했다는 보도에 대해 "이달 들어 (오비맥주와) 어떤 논의를 한 적도 없었고 국세청이 허용한 적도 없다"는 해명이었다.
오비맥주는 이날 사실상 인상 결정을 시인했다. 오비맥주는 "각종 원부자재 가격과 제조비·물류비 상승의 영향으로 두 자릿수 비율 이상의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 기조와 소비자 부담을 감안해 인상폭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오비맥주는 지난달 15일 맥주 출고가를 약 9.6% 올리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당시 물가 불안을 우려한 국세청이 난색을 표해 무산된 바 있다. 국세청은 '공식적'으로는 행정지도 대신 주류 업체가 출고가 인상을 단행한 이후 이틀 안에 신고를 하는 사후신고제이기 때문에 인상 여부는 업체가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 '순진하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곳은 없다. 업체가 국세청과의 '교감' 없이 맥주 값을 올렸다간 '간 큰' 업체로 찍힐 수 있어 사실상 사전 조율이 이뤄지는 게 업계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인상 추진이 무산된 지 채 한 달도 안 돼 오비맥주가 다시 발표를 내놓자 인상폭을 낮추는 대신 국세청이 한발 물러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업계 안팎에서 나왔다.
국세청 관계자는 그러나 "지난달 15일 협의가 무산된 이후 한 번도 인상과 관련해 (오비맥주 측에서) 언질을 준 적이 없으며 우리도 언론 보도가 나가자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대형마트나 주류도매상 등 거래처에도 보도가 나간 시점과 비슷한 이날 오전 공문이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최소 1주정도 유예 기간을 두고 공문을 보내는 통상적 관례와 달리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심지어 주류 업계에선 "(오비맥주가) 너무 앞서나가는 것 아니냐"며 어리둥절한 표정도 보였다.
국세청 관계자는 "출고가를 7%대 올린다고 하지만 이럴 경우 일반 식당이나 술집에선 맥주 1병당 가격이 1000원 이상 오르게 돼 서민 물가에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비맥주를 설득해 인상 시기를 늦추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물가 불안'을 우려하는 국세청의 입장 때문에 오는 11일로 예정된 오비맥주의 출고가 인상이 다시 난항을 겪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롯데칠성(122,400원 ▼1,100 -0.89%)음료의 경우 25개 음료 품목 가격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가 자진 취소한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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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가 밝힌 일정대로라면 오는 13일까지만 '사후 신고'를 하면 되지만 그 전에 국세청과의 추가 논의를 통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지난 1년간 국세청에 맥주값 인상 필요성에 대한 설득 작업을 꾸준히 벌여왔다"며 "충분히 인상 필요성을 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오비맥주의 경우 최대주주가 외국계 사모펀드(미국 KKR)여서 정부 눈치를 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는다.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의 경우 "원가 부담을 내부적으로 감내할 것"이라며 "인상에 대해선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