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양, 두번째 무기 '돈코츠라멘'으로 공세 강화

라면 업계에 또 한 차례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올 하반기 하얀 국물 라면의 전방위 공습으로 한바탕 전쟁을 치렀던 업계가 새해를 앞두고 '제2차 라면대전' 준비 태세에 돌입한 것이다.
11일 라면업계에 따르면 1위 업체농심(376,500원 ▲2,000 +0.53%)은 '곰탕맛'을 표방한 라면 연구·개발을 최근 마치고 이르면 이달 말쯤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 후발 주자들의 하얀 국물 공습에 대한 반격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월 농심이 내놓은 '쌀국수 짬뽕'의 경우 개당 가격이 2000원(편의점 기준)으로 비싸고 쌀면으로 일반 유탕면과는 성격이 달라 인기를 얻기는 했으나 주력제품으로 도약할 정도까지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하지만 '곰탕맛'은 한국인에 익숙하고 보편적인 맛이어서 승산이 있다는 게 농심 판단이다. 농심은 16년전인 1996년 '진국 사리 곰탕면'을 출시했고 현재까지 제품을 내놓고 있는데, 이번 신제품은 현대화된 첨단 공법을 통해 만들어졌고 구성 성분도 달라 기존 제품과는 맛이 크게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사실 농심은 그동안 '하얀 국물'에 대해 정서적인 거부감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한마디로 자존심 때문이었다. "선두 업체가 어떻게 '미투'(Me Too·인기 상품을 모방하는 것) 마케팅을 쓰겠느냐"는 얘기다. 실제 해물샤브샤브 맛 등 다양한 '하얀 국물' 라면 개발이 이뤄지긴 했지만 상품화 과정에서 경영진들의 반대로 좌초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농심 측은 이번 곰탕맛 신제품이 소비자들에게 '하얀 국물계(系)'로 분류돼 알려지는 것을 내심 꺼리는 표정이다. 농심 관계자는 "국내 대표 업체로서 건강에 좋은 전통 음식을 소재로 했다"며 "국물 맛이 담백하고 깔끔한 게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생산을 중단한 신라면 블랙의 경우 설렁탕을 표방했기 때문에 이번에 내놓을 신제품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나가사끼 짬뽕으로 히트를 친 삼양식품은 후속제품으로 공습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두번째 무기는 일본의 3대 라멘으로 불리는 돈코츠 라멘이다.삼양식품(1,238,000원 ▲52,000 +4.38%)도 최근 돈코츠 라멘 맛을 표방한 라면의 개발을 마쳤고 내년 1월 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제품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나가사끼 짬뽕의 경우처럼 맛뿐 아니라 이름도 돈코츠 라멘을 그대로 따를 공산이 크다. 다만 왜색이 짙지 않냐는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아 막판 고심 중이다.
큐슈지역의 대표적 라멘인 돈코츠 라멘은 돼지뼈를 우려낸 진한 육수로 유명하다. 삼양식품의 한 관계자는 "새 제품은 나가사끼 짬뽕과 마찬가지로 하얀 국물"이라며 "면발이 더 가늘고 국물 맛은 더 진하며 더 매워진 게 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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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은 기존 나가사끼 짬뽕이 일본 등 해외로 수출될 예정인데다 국내 공급량도 부족한 상황이어서 익산 공장에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나가사끼 짬뽕이 인기를 끌자 상승세를 타기 위해 2탄 출시를 서둘렀다는 후문이다.
'꼬꼬면'으로 라면 시장을 뒤흔들었던 한국야쿠르트도 '꼬꼬면 후속작'을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그동안 꼬꼬면 품절 사태가 빚어져 시설 확충에 힘을 쏟아왔다"며 "아직 뚜렷하게 잡힌 것은 아니지만 상승세를 이을 수 있는 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후발업체 중 가장 뒤늦게 하얀 국물 라면 시장에 뛰어든오뚜기(367,000원 ▼3,000 -0.81%)의 경우 기스면 시장 안착에 일단 '올인'할 계획이다.
이런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소비자들의 입은 즐겁다. 그동안 웰빙 열풍으로 위축되던 라면 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효과도 나오고 있다. 한 시장조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4개 업체의 총 판매액은 약 1조3900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2% 늘었다. 다만 기존 라면값 인상이 어렵자 우회 방식으로 올리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일각에서 나온다. 올 하반기 출시된 하얀국물 3총사의 권장가는 모두 개당 1000원인데 새해 초 선보이는 제품들도 대부분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할 전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