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투자노트]"천재들 작은 것에 탁월하지만, 주변에 대한 감각 없어"
공부를 잘 한다고 잘 사는 것도, 공부를 못한다고 못 사는 것도 아니다. 학교 성적은 그저 그런 수준이었지만 사회에 나가 사업이나 유머감각 등 공부 이외의 재능을 살려 성공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반면 학교 다닐 땐 1, 2등을 다투는 우등생이었지만 사회에선 그냥 그런 월급쟁이로 넉넉하지 않은 삶을 사는 범생들도 많다.
부자들이 학교 다닐 때 모두 공부를 잘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실제 통계로도 증명됐다. 토머스 J. 스탠리가 미국 부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책으로 엮은 '백만장자 마인드'에 보면 그가 조사한 부자들의 대학 성적은 4점 만점에 2.92, 미국의 수학능력시험이라 할 수 있는 SAT는 1600점 만점에 1190 정도였다.(작문을 제외한 읽기와 수학 점수.)
미국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수학과 읽기의 SAT 점수가 1400점을 통상 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 부자들은 평균적으로 하버드대학이나 스탠포드대학 같은 일류대에 입학할 만큼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스탠리의 조사 결과 SAT 점수가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900점대였던 부자들도 꽤 있었다. (조사는 1998년 5~8월 사이에 5063명의 부자들 가운데 설문에 응한 순자산 100만달러 이상의 부자 73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스탠리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경제적 성공과 학교 성적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상관계수를 분석했다. 이 결과 45~54세 때 자산과 SAT 점수의 상관계수는 0.05, 수입과 SAT 점수의 상관계수는 0.07에 불과했다. 상관계수는 -1에서 1사이의 값을 갖는데 0에 가까울수록 둘 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출신 대학의 수준은 경제적 성공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탠리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경제적 성공과 출신 대학의 수준 사이에도 상관계수는 45~54세 때 0.01(자산)과 0.17(수입)에 불과했다.
나이대가 55~64세로 높아지면 SAT 점수와 출신 대학의 수준이 경제적 성공과 갖는 상관계수가 더 0에 가깝게 떨어졌다. 한 마디로 학교 성적이나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는 경제적 성공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공부를 못했던 부자들 진실성으로 승부
그렇다면 공부를 못했는데도 경제적으로 성공한 부자들은 어떤 비결이 있었을까. 스탠리는 SAT 점수가 1000점도 안 됐던, 소위 공부 못하는 부자들을 900클럽이라고 명명하고 경제적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이 결과 가장 많은 65%의 지지를 받은 대답은 "모든 사람에게 정직하다"는 것이었다. 이어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63%),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61%) 등의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공부 못하는 부자들이 가장 지지하지 않은 대답은 물론 "높은 지능지수와 탁월한 지성"으로 900클럽의 부자들 3%만이 여기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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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못했다면 학창시절에 별로 주목을 받거나 칭찬 받을 일이 없었을 텐데 이들은 어떻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성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을까. 여기에 공부를 잘하지 못했음에도 성공한 사람과 공부를 못해 성공하지 못한 사람의 결정적 차이가 있다.
비결은 "무엇인가를 성취하는데 있어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타고난 머리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900클럽의 부자 93%가 학창시절에 이런 생각을 갖고 생활했다고 답했다. 반면 SAT 점수가 1400점이 넘는 부자들은 60%만이 이 문항에 동의했다.
아울러 900클럽의 부자들 72%가 학창시절에 "누군가 나에게 보통 혹은 그 이하라고 딱지를 붙인 것에 자극을 받아 목표를 위해 싸우는 법을 터득했다"고 답했고 66%는 "나쁜 성적 때문에 성취해야 할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백만장자 자녀의 앞날을 방해하는 부모의 굴레
이처럼 학교 성적이나 출신 대학이 경제적 성공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부모들은 예나 지금이나 자녀들에게 '(학교)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한다. 문제는 공부와 경제적 성공이 별 다른 관계가 없다는 이 같은 실증 자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공부를 못하면 10대 때 이미 실패한 인생으로 낙인을 찍는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부모나 미국 부모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스탠리는 책에서 "부모들은 자식들의 장래에 대해 얘기할 때 주의해야 한다"며 "학교생활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 될거야"란 말을 절대로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스탠리는 "보통 정도의 성적을 지닌 아이들 중 몇몇은 백만장자가 될 자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의 이러한 예언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부정적인 말을 듣고 자란 아이들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맞더라도 부정적으로 반응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스탠리는 이를 '부모라는 굴레'라고 표현했다.
'부모라는 굴레'가 때로 자녀를 명문대를 거쳐 의사나 판·검사 혹은 대기업의 엘리트 직원으로 길러내는 '성과'를 내기도 한다. 그래서 자랑스러움을 느낀다면, 공부를 못했던 한 성공한 최고경영자(CEO)가 공부 잘하는 모범생들에게 내린 평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천재들이라고 하는 그들은 일의 주변 요소에 대한 감각도 없었으며, 제대로 된 것을 얘기할 줄도 몰랐습니다. 아주 작은 부분에서는 탁월했지만요. 내 밑에서 일했던 그 천재들은 더 작고 사소한 것일수록 그것에 대해 더 해박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똑똑한 많은 사람들이 연구소와 강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많은 부분에서 실무에 적합한 사람들이 아닙니다."('백만장자 마인드' 196~197쪽)
대학 입학을 둘러싸고 고3 입시생들과 학부모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때다. 설혹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다 해도, 대학에 떨어졌다 해도 긴 인생의 한 관문일 뿐 인생의 성패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900클럽 부자들이 고백했듯 성공의 강력한 무기는 학교 성적이나 출신 대학이 아니라 진실성과 사교성, 자기관리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