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운영' 해석 범위 놓고 논란 예고
500여개 브랜드의 5000여개 병원이 불법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말 무더기로 통과된 법 가운데 1명의 의사가 여러 개 병원을 '운영'할 수 없도록 해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네트워크병원'들이 불법으로 몰리게 됐다.
2일 관련업계 따르면 지난해 12월29일 양승조 의원이 발의한 '1명의 의료인이 2개 이상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전 의료법은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33조 8항)고 돼 있을 뿐 여러 병원을 '운영'하는 것을 막는 규정은 없었다. 개정 의료법은 이를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로 바꿨다.
과거 대법원은 네트워크병원을 합법적이라고 인정했다. '1인1개소 개설'이라는 의료법의 취지는 '의사가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관리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라며 1명의 의사가 다른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에 투자하는 것은 괜찮다는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으로 1명의 의사(대표원장)가 다른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분원)의 지분 일부나 전부를 소유하는 것이 불법화될 위기에 처했다. 5000여개 병원이 불법 병원으로 전락할 상황에 들어간 것이다.
문제는 '운영'의 범위를 어디까지 해석하느냐다. 네트워크병원은 이름이나 주요 진료기술, 진료철학, 마케팅 방식 등만 공유하고 운영은 개별 병원의 원장이 독립적으로 하는 프랜차이즈형, 여러 원장이 여러 지점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조합형, 대표 원장이 개별 병원의 운영에 깊이 관여하는 오너형이 있다.
개정된 법 조항을 폭넓게 해석하면 오너형과 조합형이 금지되고, 프랜차이즈형도 불법으로 몰릴 소지가 있다. 마케팅을 같이 하는 것도 운영이라고 본다면 프랜차이즈형도 불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법조계나 정부부처까지 나서 죄형법정주의에 의거해 법조항의 정의가 명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모호한 상태로 법이 통과된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에 앞서 지난 11월말에도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제처가 과잉규제라는 의견을 낸 국회보건복지위원회 김대현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가 공개된 바 있다. 이유는 의료기관의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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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네트워크병원인 U모 치과와 대립각을 세웠던 대한치과의사협회 등이 적극 입법을 추진했던터라 이들은 적극 찬성했지만, 네트워크병의원협회는 반발하고 있다.
안건영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회장(고운세상피부과 대표원장)은 "네트워크병원들이 그동안 대법원 판례와 복지부 지침에 따라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다"며 "개정안은 의료서비스산업을 뒷걸음질 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건영 회장은 "한류의료에 기여를 많이 했던 네트워크병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며 "고용창출과 국부 창출에 기여한 네트워크 병원들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제도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네트워크병원 원장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인해 의료법인의 산업화가 진행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흐름을 역행하는 법안이 나온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네트워크병원 관계자들은 이번 법안과 관련해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네트워크병원 원장은 "'운영'의 범위를 복지부가 시행령을 통해 어떻게 규정할지 정해지지 않은 만큼 이를 지켜보고 있어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해 놓고 있지 않다"며 "일부 문제가 될만한 병원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개정 의료법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7월1일부터 적용되며 개정 법률을 지키지 않을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