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병원 불법화" 反유디치과법 논란
병원간 전쟁이 국회로 옮겨갔다. 1명의 의사가 여러 개 병원을 개설·운영하는 일명 '브랜드병원, 네트워크병원'들과 1명의 의사가 1개 병원만 개설·운영하는 일반 병·의원 간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가을 치열하게 '과잉진료' 논란을 벌이더니 이번엔 국회를 통해 법을 만들어 아예 '브랜드병원'을 불법화해서 문을 닫게 만들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브랜드병원들은 "전국 500개 브랜드, 5000여개 중소 병·의원이 대혼란을 맞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양승조 민주당 의원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 경영에 참여하거나 운영할 수 없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지난달 17일 발의했다. 양 의원의 개정안이 발의되자 김세영 치협회장은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한의사협회, 약사회, 간호협회 등 의료관련 5개 단체장을 만나 개정안에 대한 동의서를 받아 양 의원실에 제출했다.
현행 의료법 제33조 8항(1인1개소 개설)에는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를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도록 한다'로 문구를 바꾼 것이다.
얼핏 보기에 비슷한데도 굳이 개정하려는 것은 대법원 판례 때문이다. 대법원은 브랜드병원을 합법적이라고 인정했다. '1인1개소 개설'이라는 의료법의 취지는 '의사가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관리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라며 1명의 의사가 다른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에 투자하는 것은 괜찮다는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이같은 대법원의 판례를 바꾸려는 시도인 셈이다. 한 의사(대표원장)가 다른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분원)의 지분 일부나 전부를 소유하는 것을 불법화하려는 취지다.
치과협회 등이 브랜드병원을 불법화하려는 것은 브랜드병원의 '가격파괴' 바람 때문이다. 브랜드병원들이 프랜차이즈 빵집이나 커피숍처럼 공동구매와 경영방식 등을 통해 원가를 낮추고 저렴한 가격에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표방하자 일반병원들은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일반병원들은 대표 브랜드병원인 유디치과가 과잉진료를 한다며 공세를 펴다 아예 브랜드병원 자체를 불법화하려고 나섰다.
치협 측은 유디치과의 저가공세와 과잉진료를 막아야 의료시장의 질서가 바로선다고 밝혔다. 브랜드병원 측은 임플란트 시술을 반값에 하자 일반치과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 치협을 중심으로 입법청원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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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브랜드병원이 실제로 문을 닫게 될까. 법조계는 개정법안조차 애매해 의료인간 지분투자를 막을 수 없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변창우 법무법인 로엠 변호사는 "개인사업자의 자본 구성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어디까지를 운영으로 볼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해석에 따라 현행 의료법과 비교해 달라지는 게 없을 수도 있고 반대로 아예 네트워크병·의원이 해체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법리적으로 해석이 구구할 수 있다"고 확답을 피했다. 복지부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법에 맞춰 유권해석을 진행해야 한다.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해당 조항을 어길 경우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규정이 있는 만큼 죄형법정주의에 의거해 법조항의 정의가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사법부에서 죄를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면 입법부는 합법화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하는 게 맞다"며 "사법부의 판결을 무시하고 아예 반대하는 방향으로 법을 바꾸는 것은 흔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세영 치과협회장은 지난 10일 "유디치과에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된 이유는 김종훈 대표원장 1명이 모든 분원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이 유디치과라는 특정 의료기관을 겨냥해 만들어지는 법이란 것도 논란거리다. 특정인이나 특정기업을 겨냥한 '처분적 법률'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 '처분적 법률'은 행정적 집행이나 사법적 재판을 매개로 하지 않고 직접 국민에게 권리나 의무를 발생하게 하는 법률을 말한다.
양승조 의원실은 입법취지에 대해 "유디치과의 소유주인 의료인이 다른 의사면허로 치과를 여러 장소에 개설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변 변호사는 "10여년 이상 운영된 네트워크병·의원들에 갑자기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직업수행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