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지를 모르고 집값이 치솟던 2003∼2006년 부동산 시장에선 '풍선효과'라는 말이 대유행했다. 예컨대 정부가 파격적인 규제로 재건축 아파트 시장을 억누르면 일반 아파트나 재개발 주택으로 급격히 돈이 쏠리면서 풍선처럼 또 다른 시장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다. 근시안적 정책은 더 큰 위기를 낳고 혹독한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서민들 몫이다.
2012년, 이제 풍선효과는 서민 물가로 자리를 옮겨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날 조짐이다. 무엇보다 서민 물가를 좌우하는 식음료 기업들의 태도가 심상치 않다. 지금 당장이야 물가 감독을 위해 정부 부처에 `배추 국장`과 `돼지고기 국장`까지 정한 마당에 가격을 올릴 순진한 기업들은 없다. 섣불리 가격을 올렸다가 다시 이를 철회한 선례도 볼만큼 봤다.
하지만 수익이 꼬꾸라진 식음료 기업들은 오래 참지 못할 것이다. 이미 빠르면 올 상반기, 늦어도 올 하반기를 `D-데이`로 보는 기업들이 많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고, MB정권의 힘이 조금 더 빠진다면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가격을 올리겠다는 의지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매년 쥐꼬리만큼 주던 직원들 보너스도 지난해 말에는 수익이 줄어 입도 뻥끗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올 하반기 가격인상은 불가피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인상 폭이다. 다수 기업들은 만약 가격을 올린다면 두 자릿수 비율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식품업체 관계자는 "정부 눈치를 보느라 지난해에는 간신히 한 자릿수 올리는데 그쳤다"며 "하지만 올해 가격을 올린다면 이제까지 비용 상승분을 감안해 두 자릿수 인상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같이 이제껏 억눌렸던 물가 풍선이 한순간에 팽창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들이다.
경유 가격이 다시 리터당 2000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식음료 기업들의 가격인상은 더 빨리 봇물처럼 퍼질 수 있다. '정부 눈치'라는 걸림돌만 사라진다면 언제라도 가격을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물론 식음료 기업들의 가격인상 정당성과 인상폭 합리성 여부는 철저히 검증돼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서민이 피해보지 않게 정부가 물가의 역습에 대비해야 한다. 다가올 물가의 레임덕에 정부가 어떤 대책을 들고 나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