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시장의 관심은 온통 그리스와 민간채권단 간 채무조정 협상에 쏠렸다. 민간 채권단의 채무조정을 전제로 2차 구제자금도 예정돼 있어, 협상이 잘못되면 그리스가 무질서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는 까닭이다.
다만, 루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가 민간 채권단과의 협상에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해 귀추가 주목된다.
3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신(新) 재정협약이 합의됐지만, 시장은 그리스 정부와 민간채권단 간의 국채교환협상(PSI) 협상 타결이 지연되고 있는데 대한 실망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탈리아 10년만기 국채 금리가 19.6bp 상승하며 다시 6%를 넘어섰고, 같은 만기 스페인 국채 금리는 7.6bp 뛰며 5.042%를 기록했다. 포르투갈 국채금리는 무려 217.7bp 뛴 17.397%까지 올랐다.
신 재정협약과 영구 구제금융 매커니즘인 유로안정화기구(ESM)의 오는 7월 도입이 확정되었지만 이미 지난 달 정상회의에서 대략적인 합의가 이뤄진 내용으로 새로울 게 없다. 또 합의가 미루어진 ESM 증액 등 국가 간 이견이 첨예한 의제도 이번 회의에서 타결이 불가능할 것으로 충분히 전망돼 왔다.
따라서 시장의 관심은 이번 정상회의 보다는 당장의 '급한 불'로 여겨지고 있는 PSI 협상 타결 유무였다. 국제사회는 민간 채권단이 채무탕감에 합의해야 그리스에 2차 구제 금융을 제공할 것이라 밝혀 왔는데, 그리스가 1300억 유로 이상으로 예상되는 2차 구제 금융을 받지 못한다면 당장 3월 만기가 도래하는 145억 유로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게 된다. 즉 국가 디폴트를 맞게 된다.
상황의 급박함을 인식한 관계자들의 행보도 빨라졌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는 정상회의 후 EU, ECB 관계자들과 채무협상 관련 논의를 위해 별도의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의에는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과 헤르만 반 롬푸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호세 마뉴엘 바호주 EC 위원장은 올리 렌 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 에반젤로스 베니젤로스 그리스 재무장관 등이 참석했다. 당초 이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급작스럽게 불참하게 됐으며 이 자리를 ECB 집행위원인 요에르그 아스문센이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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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EU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날 긴급회동이 그다지 영양가 없는 '연습' 회의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 했으나 적어도 이 같은 행보는 유럽 수장들이 이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실질적인 협상은 몇 달 전부터 진행 돼 온 그리스 정부와 은행권을 대표하는 국제금융협회(IIF) 간 협상이다. 일단 대립이 첨예했던 채권 액면가 및 이자 탕감 비율이 어느 정도 합의에 도달함에 따라 협상은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는 정상회의 후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정부와 민간 채권단 간 채무 교환 협상이 중대한 진전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당초 민간 채권단은 새로 교환될 30년만기 국채의 금리가 최소 4%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국제기구는 그리스 정부에게 3.5% 이상을 제시하지 말 것을 요구해, 그리스 정부와 민간 채권단 간 협상은 타결이 지연돼 왔다.
이와 관련해 AP 통신은 30일 오후(현지시간) 민간 채권단이 70%의 채무 탕감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 보도했다. 이를 감안하면 평균 이자율이 4% 보다는 낮으면서도 3.5% 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졍될 것으로 보인다.
반 롬푸이 집행위원은 30일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지원 여부를 이번 주 말까지 마무리 짓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세부사항은 내달 12~13일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회의에서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