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증권가의 '반전 드라마'/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 무산 "발등 찍혔다"
정치인들의 희망고문인가? 증권가에서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올 법하다. 금융투자업 활성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것 같던 국회의원들이 돌연 증권업계를 외면하는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대형IB육성의 근간이 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증권사 입장에선 반전의 재미보다는 충격이 큰 일일 수밖에 없다. 특히 유상증자까지 단행하며 대형IB에 도전하던 대형증권사에는 불똥이 떨어진 셈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사실상 무산'
지난 9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논의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로써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직권상정 외에는 18대 국회 마지막인 2월 임시국회에서도 이 개정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4월 총선 후 열리게 될 19대 국회에 다시 상정해야 되는데 이때 논의된다는 보장도 없다.
개정안은 투자은행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했다. 또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증권사에 기업신용공여, 비상장주식 내부주문집행, 프라임프로커 서비스 등의 업무를 허용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대비하기 위해 대형증권사들도 분주히 움직였다.대우증권(66,900원 ▼800 -1.18%)과삼성증권(111,600원 ▼200 -0.18%),우리투자증권(35,100원 ▲150 +0.43%), 한국투자증권,현대증권등 5개 증권사는 지난해 대형IB로 지정받기 위해 대규모 증자에 나선 바 있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9월 1조400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우리투자증권 6000억원, 한국투자증권 7300억원, 삼성증권 4000억원, 현대증권은 5950억원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이런 노력과 기대가 현재로선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게 됐다.

◆'벙어리 냉가슴 앓는' 대형증권사
독자들의 PICK!
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대형증권사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국회에서 처리하는 일인 만큼 별다른 불만을 내비치지도 못한 채 애써 태연한 모습이 역력하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대비해 유상증자에 나섰던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잃게 돼 솔직히 많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그는 "하지만 당사의 경우에는 주주들의 이익 및 자본시장의 발전을 염두에 두고 ROE(자기자본이익률) 상승을 위한 중장기적 계획으로 접근을 했기 때문에 회사 경영에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확충된 자본이 회사의 이익증대에 기여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모색하고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통과된 자본시장법 시행령으로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 업무는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다"며 "다만 ROE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조속한 시일 내에 처리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기를 바란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밖에도 증권업 관계자들은 "증권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다소 늦춰진데 대해 아쉬움이 크다. 빠른 시일 내에 발전된 개정안이 도입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재검토하면서 부족하거나 불합리한 점을 더 보완했으면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특정 대형사에만 혜택을 준다는 평가도 받았던 게 사실이다. 자기자본 3조원을 충당할 수 없는 중소증권사들은 개정안에 많은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었다.
한 중소증권사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시작단계부터 무리한 내용들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또 대형IB와 관련된 사항들이 개정안의 주요내용이다 보니 몇몇 증권사를 제외하고는 개정안이 통과돼도 전과 달라지는 것이 특별히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일부 증권사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개정안보다 업계 전체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정책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증권주 하락에 '투자자도 뒤통수'
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 무산의 최대 피해자는 당연히 대형증권사이겠지만, 주식투자자들도 난처하게 됐다. 올해 높은 주가상승세를 자랑하던 증권주들이 이번 일로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가 조사한 올해 증권주들의 주가 흐름을 보면 '승승장구'란 표현이 무리가 아니다. 연초 대비 2월10일 현재 증권주 중 가장 높은 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종목은동양증권(5,190원 ▲90 +1.76%)으로, 무려 33.18% 올랐다. 현대증권과NH투자증권도 각각 32.25%와 32.03% 상승률로 뒤를 이었으며, 대우증권도 31.25%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밖에HMC투자증권(11,240원 ▲40 +0.36%)(29.3%)SK증권(1,863원 0%)(28.57%)골든브릿지증권(1,335원 ▲82 +6.54%)(28.07%)우리투자증권(35,100원 ▲150 +0.43%)(27.36%)미래에셋증권(24.25%)삼성증권(111,600원 ▼200 -0.18%)(23.89%)KTB투자증권(4,275원 ▲35 +0.83%)(23.40%)한화증권(7,720원 ▲30 +0.39%)(22.62%)대신증권(38,800원 ▼200 -0.51%)(21.33%) 등도 무려 20% 이상 주가가 오른 증권주들이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가 어려워지자 증권주들은 장중에 3% 안팎의 낙폭을 기록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 10일 전날보다 3.01% 떨어진 채 장을 마쳤을 정도.
삼성증권과 마찬가지로 대형IB를 준비하던 현대증권과 대우증권도 하루 사이 각각 1.3%와 0.73% 주가가 하락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 역시 전날 대비 0.35%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박윤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자통법 개정안 국회 통과 무산으로 대규모 증자에 나섰던 대형증권사들은 향후 사업을 진행하는 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증시 상승 및 밸류에이션 매력을 등에 업고 큰 폭으로 상승했던 증권주들의 주가도 당분간 조정을 받을 가능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증자에 의한 자본효율성 하락 상황이 빠르게 개선될 가능성이 낮고, 밸류에이션 매력도 현저히 떨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