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불붙은 원유 도가니/BMW족·자출족 늘어 대리운전 '울상'
"주유소의 가격표 찾기가 숨은그림 찾기 수준이더군요."
직장인 김재훈(35) 씨는 최근 강남에서 평소 주유량만큼 주유했다가 낭패를 봤다. 우연히 들른 주유소의 가격표시판이 보이지 않았지만 대수롭게 여기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가 평소 한번에 주유하는 휘발유는 30리터. 리터당 1950원 정도로 한번 주유하면 5만8500원가량 든다. 기름값 변화에 민감해지기 위한 나름대로의 학습방법이다.
강남 주유소에 들른 김씨가 습관적으로 부른 30리터의 청구 금액은 6만9000원. 평소보다 1만원이나 더 많은 금액이었다. 주유소를 빠져 나올 때 비로소 보였던 가격표시판의 금액은 리터당 2300원이었다.
사상 최고가 경신을 이어가고 있는 기름값 부담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유가 급등 이후 매출이 약 20% 줄어든 주유소들은 높아진 기름값을 숨기기 위해 각종 '꼼수'를 부리고 있다. 가격표시판을 후면에 배치하거나 가격이 높아진 경우 가격표시판이 잘 보이지 않도록 측면에 배치하는 식이다. 또 조형물이나 현수막을 동원해 가격표시판을 가리는 주유소도 눈에 띈다.
관련 법규에 따르면 가격표시판을 차량 진행방향의 전면에 보이도록 하고 있지만 예외규정도 있어 규제하기가 쉽지 않다. 또 지자체가 적발을 하더라도 처음 단속이 될 경우 단순한 주의조치나 시정권고에 그치는 점도 주유소의 꼼수를 방조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사진 류승희 기자
◆BMW족·자출족 늘어
분당에서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임재욱(37) 씨는 10년간 거의 매일 타고 다니던 애마를 2월부터 주말용으로만 쓰고 있다. 늘어난 기름값이 가장 큰 원인이다. 임씨는 "출퇴근 방법을 바꾼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예전보다 월 20만원이 더 들어 가계 부담이 컸다"며 "만원 버스를 피하기 위해 아침잠을 30분 줄였지만 그럭저럭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름값 고공행진 현상으로 소비자들의 행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유형은 BMW족이다. 승용차를 버리고 버스(Bus)나 지하철(Metro), 도보(Walking)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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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족이 늘어나면서 울상을 짓고 있는 곳은 대리운전업계다. 자가운전을 포기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콜수(대리운전 요청 전화건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업계는 최근 콜수 감소 이유에 대해 물가급등과 고유가로 인해 술자리가 준 데다 자가 운전자도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더불어 자전거 출퇴근 인구가 다시 증가추세다. 자전거 출퇴근 바람이 불었던 2009년 7월, 27만명이었던 네이버 대표 자전거 출퇴근 카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회원수는 봄이 되면서 3월 현재 44만명을 넘어섰다. 공공자전거 보급도 꾸준하다. 각 지자체별 공공자전거 보급이 늘고 있으며 이용자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름값 고공행진이 가져온 또 다른 현상이다.
◆선호 차량도 바뀐다
고유가 영향으로 자가용 출퇴근을 포기하면서 중고차 시장의 매물 유입도 커지고 있다. 팔자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쪽은 주로 소형차나 경차를 이용하는 서민이다. SK엔카에 따르면 1~2월 국산 중고차 등록대수는 소형차 기준 441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3991대보다 늘어났다. 경차도 올해 1만1051대로 지난해 7893대보다 크게 늘었다. 차량 유지비용에 부담을 느낀 서민들이 궁여지책으로 보유차량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차량 선호도 역시 변했다. 휘발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료 효율이 30% 높은 경유차의 인기가 그렇다. 대표적인 차량이 현대차에서 내놓은 i40 살룬 디젤모델이다. 가솔린모델과 비교하면 약 7대 3 정도로 디젤모델의 판매가 많다. i40 살룬 디젤모델의 흥행에 힘입어 i40는 1월 544대에서 지난달 1650대로 판매대수가 크게 늘었다.
i40 살룬의 디젤모델 공인연비는 18km/ℓ로 가솔린모델(13.1km/ℓ)에 비해 월등하지만 가격이 비싸다. 배기량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디젤모델의 가격(1.7 스마트 기준 2695만원)은 가솔린모델(2.0 스마트 기준 2525만원)에 비해 170만원 비싸다. 디젤 판매가 늘어난 이유는 국산 중형차에 처음 적용된 디젤모델이라는 프리미엄과 함께 연비를 우선하는 소비자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이브리드 차량도 관심이다. 최근 연비논란으로 다소 주춤하고 있기는 하지만 국내외 자동차업계에서 꾸준히 하이브리드 차량을 내놓으면서 연비를 우선시하는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면 고유가시대에 폭발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승용차 함께 타기·카쉐어링 부각
"30분 일찍 일어나야 하지만 기름값 아끼는 비용을 생각하면 괜찮은 판단이죠."
분당에 사는 직장인 김진국(40) 씨는 유류비 부담을 절반으로 줄였다. 2월부터 같은 동네에 사는 직장 선후배 두명과 함께 출근하기로 하면서다.
차량 운행 원칙은 순번제다. 돌아가면서 차를 가져오는 식이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다. 일부 우회를 하기 때문에 거리 손해가 있고 또 집 앞에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일정 때문에 3명이 함께 퇴근하는 경우는 자주 없지만 출근 때는 2000원 하는 남산 1호 터널 통행요금도 면제된다. 김씨는 "상황이 잘 맞아야 하지만 직장이나 아파트에서 승용차 함께 타기 수요는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직접 자동차를 함께 타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도 있다. 최근 고유가로 인해 새롭게 부각되는 분야인 카쉐어링 업체다.
카쉐어링이란 가까운 지역에 대기하고 있는 차량을 시간 단위로 빌려 쓰는 일종의 렌터카 서비스다. 렌터카가 24시간 이상 사용해야 하고 대여와 반납 절차가 까다로운 반면, 카쉐어링은 서류작성이 필요없고 스마트폰으로 가까운 차량을 검색한 후 직접 인도받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자가용과 비교하면 유지관리비가 들지 않고 렌터카보다 이용요금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쉐어링은 약 5만~10만원 가량의 등록비와 연회비를 내고 회원제로 운영된다. 별도의 보험료는 없고 무상 사용거리가 지원되며 예약 반납이 자유롭다. 세차나 차량정비 등도 신경쓸 필요가 없다. 국내에서는 10여개의 카쉐어링 업체가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대기업도 참여하는 등 시장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지난 2월 사업 발표를 한 LG유플러스가 대표적이다. 동국대학교 자회사인 한국카쉐어링과 사업제휴를 맺고 본격적인 카쉐어링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카쉐어링에 따르면 요금은 기본료 1000~3000원, 시간당 3000~6000원, 또는 km당 400~1200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