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가 경영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다하누는 2007년 8월 강원도에서도 깊고깊은 산골로 여겨지는 영월군 주천면에 자리 잡고 있다. 처음 영월에 대규모의 한우마을을 조성하겠다고 말을 꺼냈을 때 "좋은 생각이다, 잘 될거다"란 말은 한 마디도 듣지 못했다.
오히려 "그 먼 곳까지 누가 찾아온다고 거기서 사업을 하려는 것이냐. 한우마을은 절대 안되는 사업"이라는 만류만 있을 뿐이었다. 심지어 가족들마저 단 한마디 격려나 희망의 말을 건네지 않았다.
2007년 8월 영월 다하누촌은 정육 판매장 1개, 식당 3개로 시작했다. 물론 원대한 꿈을 꾸고 있던 필자에겐 성에 차지 않는 작고 미약한 규모였다.
그러나 주변의 우려는 곧 사라졌다. 그로부터 5개월여만에 100만명이 방문해 사업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2008년 200만명, 2009년 300만명, 2010년 400만명, 지난해 500만명으로 방문객이 매년 꾸준히 100만명씩 늘었다. 현재 다하누촌 주변으로 60여개의 정육판매장과 식당이 밀집해 있다.
그 누구도 성공을 장담치 않았던 아니, 세상사람 모두가 실패하리라고 말하던 강원도 산골의 작은 마을이 전국 최대·최고의 한우마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다하누촌 스토리를 꺼낸 것은 자랑을 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지난 15일 0시를 기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공식 발효되면서 우리 농산물, 특히 한우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수년 전 한미 FTA 논의를 시작한 이후 한우농가 농민들의 한숨은 깊어졌다. 사회 각계각층의 우려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 FTA 발효와 관련해 우려를 하는 사람들은 가격적인 측면만 보고 논의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한우의 소비층과 외국산 수입소고기의 소비층은 분명히 나뉜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능력에 따라서건 입맛에 따라서건 한우만을 즐기는 사람들과 수입소고기를 즐기는 소비층은 구분돼 있는 것을 현장에서 볼 수 있다.
오히려 수입산 소고기를 즐기던 사람들이 그 품질에 실망하고 조금 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더 좋은 식품을 먹겠단 생각을 하게 됨으로써 한우 소비층이 늘어나고 한우 매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국민소득이 증가하면 소비자는 가격보다는 품질에 집중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더 이상 가격 경쟁력에서 뒤진다고 푸념만 할 게 아니라 품질을 높여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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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두들 정육에만 시선을 두고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소의 뿔과 발굽·가죽을 빼고는 고기는 물론 뼈까지 먹을 정도로 다양한 부위의 소고기맛을 즐길 줄 알았다. 다양한 요리법을 만들어 낼 정도로 멋진 분들이셨다.
다하누도 이런 조상들의 지혜를 배우고자 한우를 이용해 스테이크·떡갈비·육포·곰탕·고로케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수요를 창출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앞으로도 한우짜장·한우카레·한우냉면육수 등 한우를 활용한 상품들을 끊임없이 연구개발해 전 세계에 판매할 계획이다. 정육으로 한정 지어질 수밖에 없는 한우의 소비를 다양한 가공품을 이용해 극복해 나가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대한민국의 한우 축산 농가들과 정부 부처 등 관계자들은 저가의 수입 소고기가 들어온다고, 관세가 낮아져 한우의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울상을 짓기 전에 우리 한우의 우수성과 가치를 더욱 알려야 할 것이다. 또 한우의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다양한 제품과 요리법 개발에 더욱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그 바탕에는 대한민국의 한우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과 긍지가 깔려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