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국 업계와도 보론강 문제 논의...한중일 공조 가시화
한·중·일 3국이 철강 산업 덤핑 방지를 위해 머리를 맞댄다. 공급과잉에 빠진 아시아 시장을 공동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다.
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정부 관계자 및 양국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오는 5일 일본 도쿄에서 철강업계 민·관공동회의를 열고 업계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 다뤄지는 안건은 철강 현안에 대한 정보 교류, 세계 철강 시장에 대한 토론, 양국의 철강 무역과 관련한 통상 이슈 등 3가지다. 이중 가장 중요하게 논의될 부분은 철강 덤핑에 관한 마찰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다.
◇ 한-일, 민관공동회의 개최하고 덤핑문제 논의
대지진을 겪은 후 일본은 과잉생산 된 철강 물량을 자국 내 거래 가격보다 최고 20% 싼 가격에 한국으로 수출해 왔다. 이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가왔다.
보통 국내산 제품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돼 온 일본산 철강재의 가격이 국내산과 비슷하거나 더 싸지면서 국내 철강시장에 혼란이 가중됐다. 건설, 조선, 가전 등 전방산업 침체에도 불구하고 철강은 넘쳐나다 보니 수급 논리에 따라 철강 가격이 하락했고 이는 철강 회사들의 실적 악화로 고스란히 전가됐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 및 업계는 이번 회의를 통해 일본에 철강 덤핑 수출에 대한 방지책을 요구하고 나설 방침이다. 공정 무역을 담보하기 위해 양국 간 품목별 분과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특히 양국이 중국의 저가 철강재 및 보론강 편법 수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어 이에 대한 공동 대응책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무엇보다 세 번째 주제인 통상 이슈에 대한 논의가 가장 중요한 안건이다"며 "아시아 국가들이 철강 공급과잉 상태에 놓인 상황에서 서로 자국 가격보다 싼 가격에 철강을 덤핑 수출하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중국 정부, 증치세 개정 '수면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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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각국이 중국의 보론강 수출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면서 중국의 증치세 개정에 대한 압박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일반강을 제외한 합금강에 대해서만 증치세 9%를 환급해주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업체들이 일반강에 붕소를 넣은 보론강을 만들어 수출, 아시아 철강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지난달 23일 중국 상하이에서 '한-중 봉·형강 및 열연 품목별 분과위원회'를 열고 중국에 보론강 수출 자제를 촉구했다. 정부도 재중 한국대사관에 파견돼있는 상무관을 통해 중국 정부에 증치세 개정을 요구하는 지원책을 펼쳤다. 한국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도 중국에 업계 대표단을 파견, 증치세 개정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업계는 중국 정부가 소극적이었던 기존 태도와는 달리 이제부터는 역내 무역 공조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이 중국 철강사들에 대한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중국 시장 침투를 노리는 가운데, 중국이 생산하는 철강을 상당부분 흡수해주는 일본과 한국 시장이 붕괴될 경우 이는 중국 철강업계에 대한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중국 정부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에서 철강회사들은 국민의 고용을 유지시키는 공기업적 성격이 강해 정부가 철강회사들이 문을 닫거나 외국 자본에 인수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세계 철강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한·중·일 시장의 공생은 중국 자신을 위해서도 절실해졌다"고 덧붙였다.
또 올해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중국 정부가 외교관계상 한국 정부 요구에 대해 긍정적 검토를 할 것이란 낙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편 국내 정부 관계자 및 철강업계는 중국과 철강덤핑 등 통상 문제를 협의할 민·관공동회의도 조만간 추진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상반기 내에 한·중·일 3국 간 공조에 대한 구체적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369,000원 ▲2,000 +0.54%),현대제철(40,400원 ▲1,200 +3.06%),동국제강(10,810원 0%)등 국내 철강업계는 한국철강협회와 공동으로 불공정 무역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자 지난 1월 '철강통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교역국가의 철강 덤핑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