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벤처기업 가격에 '0'이 하나 빠졌다

[더벨]벤처기업 가격에 '0'이 하나 빠졌다

권일운 기자
2012.04.12 10:48

[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4월09일(10:05) 자본시장 미디어'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2009년 NHN이 윙버스와 미투데이를 인수한다는 소식을 내놓자 청년 기업가들은 만세를 불렀다. NHN이라는 '블랙홀'은 실리콘밸리의 구글 마냥 기술과 트래픽을 보유한 벤처기업이라면 어디든 흡입해 버릴 기세였다.

똘똘한 공대생들 사이에서는 벤처기업 차려서 잘만 키우면 대기업이나 대형 포털에 매각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인수합병(M&A)은 10년 가까이 산전수전 겪어도 가능할까 말까한 기업공개(IPO)에 비해 신속하고 확실한 엑시트 수단이었다.

기대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러면 그렇지' 하는 자조로 바뀌었다. 윙버스와 미투데이의 매각 가격이 알려지면서부터였다. 25억원과 22억원이라는 가격 끝자리에 '0'이 하나 빠진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국내 벤처기업가들은 수십억달러짜리 매물에도 거침 없이 입질하는 구글과 NHN 사이에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존재한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윙버스와 미투데이가 미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수천만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후 벤처 M&A시장은 한동안 소강상태였다. 될성부른 떡잎이 나타나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이유다.

정부 정책과 맞물려 창업 열기가 고조되면서 잠잠하던 시장은 지난해부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특히 초기기업간 인수합병 거래가 활발했다. 이 가운데 티켓몬스터의 데일리픽 인수와 카카오-로티플 M&A는 50억~100억원 규모로 비교적 큰 거래다. 허민 대표가 이끄는 나무인터넷은 와플스토어와 슈거딜, 프라이빗라운지를 사들였다.

대기업과 중견기업도 뛰어들었다. 이석채 회장이 직접 나서 벤처기업 M&A에 1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KT가 엔써즈 지분 45%를 200억원에 인수하며 첫 테이프를 끊었다. SK플래닛도 200억원을 들여 모바일 메신저 틱톡을 품었다. 코스닥 상장사인 케이프는 출범한지 2년 된 소셜게임 업체 소셜인어스 경영권을 75억원에 인수했다.

대기업들이 벤처 M&A에 뛰어들면서 거래 규모가 커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벤처기업가들의 바람대로 가격에 0이 하나 더 붙었다. IR 행사에서 KT와 SK플래닛의 전략 담당 임원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걸로 봐서 이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처럼 보인다.

정작 벤처기업가들에게 희망을 품게 해준 NHN은 잠잠한 분위기다. 성에 차는 매물이 없을 수도 있고, 경쟁에 동참해 가격만 높이고 싶진 않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부디 NHN의 입장이 전자이길 바란다. 그간 NHN이 벤처의 기업가치를 너무 '후려쳤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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