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라리 증시가 급락하는 날이 더 행복합니다."
유로존 리스크로 인해 주가가 급락한 직후 만난 한 코스닥 기업의 홍보 담당자는 걱정스레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답했다. 그는 자신의 회사 주가만 하락할 때는 주주들로부터 항의 전화에 시달리지만 증시 전반이 휘청거리면 전화 한통 없다고 했다.
주주들의 항의는 주가가 오를 때도 사라지지 않는다. 일부는 주가가 오르면 미리 손절매를 했는데 왜 상승하는 것이냐고 따져 묻고, 반대로 내리면 왜 주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느냐고 질책한다고 한다.
항의 유형은 크게 대뜸 언성 부터 높이는 '버럭형'과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는 '읍소형'으로 나뉜다. 그는 이런 항의 전화에 최우선 대처법은 '절대 전화를 피하지 말라'라고 소개했다. 전화를 받지 못하는 때는 인터넷 주식 관련 게시판에 비난 글이 쇄도하는 탓이다.
'버럭형'의 주주들은 담당자와 통화가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사칭해 대표이사에게 전화하는 경우도 있다. 주주들은 대개 초기 거세게 항의하다가도 차근차근 얘기를 들어주면 대개 "미안하다"며 한발 물러선다. 사실 주가가 한번 변동한 후 주주나 회사 담당자들이 곧바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읍소형' 주주들은 호재 하나라도 애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남편 몰래 주식을 산 여성 투자자, 자녀 대학 학비 마련을 걱정하는 아버지 등 각각의 사연을 안고 있는 주주들은 주가가 상승할 만한 재료를 말해 달라고 간청한다. 하지만 이런 전화를 받는 직원들은 "저희도 회사 주요 결정을 알 수가 없다"고 답할 수 밖에 없다.
홍보나 IR 담당자는 주가 흐름보다는 이솝우화 '양치기소년'과 같은 처지가 됐을 때 가장 난감하다. 회사에서 제시한 사업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는 경우 설명이 궁색해져서다.
"결국 회사를 믿고 기다렸는데 왜 거짓말을 한 것이냐"고 따져 물으면 '죄송하다'는 답 외에는 할 말이 없다. 회사의 가치에 전혀 변함이 없고, 사업 계획도 시장 여건상 잠시 늦춰진 것이라는 말이 입가에 맴돌지만 참는다고 했다. 재차 약속을 지킬 수 없을까 걱정돼서다.
문제의 담당자는 기자와 만나는 30분 남짓한 시간에 계속 전화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일부 대형주 위주로 주가가 오른 사이 자신 회사 주가는 기를 제대로 펴지 못했는데, 증시 전반이 급락하면 더 큰 타격을 받지 않을까 근심하는 눈치였다. 그는 헤어진 뒤 1시간 여 지나 기자에게 배웅조차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왔다. 코스닥 시장의 한 단면 같아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