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 지불 시스템 패러다임 변화, 같은 날 각각 다른 발표한 정부와 의협
오는 7월부터 전체 병·의원을 대상으로 백내장, 제왕절개 등 7개 질환에 실시할 예정인 포괄수가제(DRG)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충돌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의 질적 하락이 우려 된다는 이유로 포괄수가제 전면 반대를 선언하자,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가 곧바로 설명회를 열고 "포괄수가제로 인한 의료 질의 하락은 없다"고 반박했다.
◇의료계-정부, 포괄수가제 두고 찬반 엇갈려=의협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건강보험 지불제도 개편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고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노환규 의협회장은 "진료비가 증가하지 않고 고정돼 있다면 의사들은 재료비, 검사료, 치료비를 아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환자 조기퇴원 강요, 필요한 검사나 치료 생략, 싸구려 의료품 사용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괄수가제를 시행하기에 앞서 △적정수가 보전 △환자 분류작업 △의사 행위료 분리 △진료 질 평가 모니터링 방안 마련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이 같은 의사단체의 주장에 대해 복지부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복지부는 의협의 기자회견 직후 설명회를 갖고 "포괄수가제는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2009년 실시한 7개 질병에 대한 포괄수가제도 연구 결과, 의료 질을 판단할 수 있는 재입원율과 이상 소견율은 매우 낮게 나타난 반면 환자만족도는 96%로 행위별 수가제(87%)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의료계의 우려를 의식한 듯 "포괄수가제 시행과 함께 의료 질 저하를 막기 위한 대책도 동시에 시행할 예정"이라며 "의료서비스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괄수가제, 국내 의료 지불 시스템 전반적 변화 가져와=의료계와 복지부가 이처럼 포괄수가제를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까닭은 '포괄수가제' 시행으로 국내 '의료 지불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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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나라는 환자가 병원을 찾아 의료비를 낼 때 치료를 받은 행위나 항목별로 각각 값을 치르는 '행위별 수가제'를 도입해왔다.
하지만 각각의 항목에 모두 값이 매겨지다보니 과잉진료가 생기고 의료비가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것이 바로 '포괄수가제'다. 포괄수가제는 환자 중증도, 나이 등을 고려해 질환별로 환자 그룹을 만든 후 모든 치료비용을 통합해 같은 그룹에서는 같은 돈을 내도록 하는 제도다.
다만 이 같은 포괄수가제가 도입되면 의료기관들은 진료수입을 스스로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질환과 중증도별로 환자그룹이 나눠지고 그에 따라 의료기관이 돈을 일괄적으로 받게 되면 정해진 진료 이외의 진료수익을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의사들은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 나중에 의료비 통제가 더 강화된 총액계약제로 의료 지불제도가 바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의사단체가 현행 포괄수가에서 의사 행위료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행위료 부분 등도 포함해 수가책정 방식을 중장기적으로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