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국채, 자국은행이 매입…부실입찰 '악순환'

스페인 국채, 자국은행이 매입…부실입찰 '악순환'

권다희 기자
2012.06.08 10:07

은행들 자국 국채 매입 추세 '위험'…외국인 투자자들 돌아오느냐가 관건

스페인 정부가 7일(현지시간) 국채입찰에서 목표량을 웃도는 채권을 발행했지만 스페인 자국 은행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보이는 이 같은 국채 발행이 결국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스페인 재무부는 이날 2~10년 만기 중·장기 국채를 20억7000만유로 발행했다. 표면적으로 보기에 이날 입찰은 성공적이다. 발행량이 예상했던 20억유로보다 많고, 10년물 금리도 4월 입찰 5.74%에서 6.04%로 상승하기는 했으나 지난 주 6.63% 보다는 낮아졌다.

그러나 이번 '성공'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헤지펀드들이 고금리를 노리고 입찰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스페인 정부가 상대적으로 적은 발행량을 계획해 목표 달성을 쉽게 이뤘다는 주장이다.

피닉스 칼렌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채권 투자전략가는 "스페인이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스페인은 지속가능한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없어 경제기반 회복을 위해 전면적인 구제금융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스페인이 재정적자를 메우고 2014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를 갚기 위해 2760억 유로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매수에 스페인 자국 은행이 참여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도 우려를 낳는다.

최근에는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속적인 재정적자와 은행위기라는 쌍둥이 위험에 처한 스페인 국채 보유를 꺼리고 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 중 하나인 아부다비 투자청은 최근 벤치마크 채권 지수에서 스페인 국채를 없앴다. 스페인 은행권 구제를 위해서는 최대 1000억 유로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외국인이 손을 뗀 국채 입찰에는 스페인 자국 은행들이 대거 참여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NYT는 스페인 정부와 은행권의 긴밀한 관계를 볼 때 스페인 정부에서 은행권 측에 비공식적으로 요구하는 국채 매입 압력이 어느 때보다 상당하며 현재 이들 은행이 어느 때보다 많은 국채를 매입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스페인 은행들은 현재 스페인 국채의 67%를 보유하고 있다. 유로존에서 가장 높은 비중이다. 은행, 정부 모두에게 가해지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은행들은 자국 국채를 보유할 유인을 여전히 갖고 있다.

스페인 정부가 디폴트 하지만 않는다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다 무엇보다 강력한 인센티브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저리대출 프로그램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은행들은 이 대출 프로그램을 이용해 가장 적극적으로 자국 국채를 매입해 왔다.

한편 씨티그룹은 가장 강력한 유인이 유럽 은행 당국의 규제 방식에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에서는 국채를 무위험 자산으로 분류돼 은행들이 손실에 대비한 자금을 따로 떼어두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모기지, 기업 대출과 다르게 현재 실질적으로는 가장 위험도가 높은 국채를 더 매입해도 추가 자본을 비축하지 않아도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산티아고 로페즈 BNP 파리바 애널리스트는 "스페인 은행은 1%에 자금을 빌려 6%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매우 수익률 높은 거래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스페인이 디폴트 할 경우 모든 곳에서 위험이 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자국 국채를 매입하는 이 같은 추세의 확산은 더 큰 화를 키울 수 있다.

피터슨 연구소의 카르멘 레인하트 교수는 "스페인 은행들이 스페인 국채를 매입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은행들이 이탈리아 국채를, 영국 은행들이 영국 국채를 매입하고 있다"며 "자국 국채 매도세가 고조되고 있고 당분간은 이 추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가 연기금에 프랑스 국채를 더 매입하도록 권고하고 스페인은 은행 예금금리 상한선을 둬 수익률이 높은 국채매입 유인을 높이는 등 이 같은 추세는 확산되고 있다.

국채시장 규모가 더 크고 복잡한 이탈리아의 경우 이에 대한 경각심이 더 무뎌졌다. 지난해 은행권과 재계를 중심으로 개인투자자들의 국채 투자를 장려하는 '국채 사기' 운동이 조직될 정도다.

라인하트는 최근 논문에서 "많은 국가들의 빚을 내야하는 상황이 국가들을 그들의 채권의 포로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며 "은행들이 기업과 가계에 대출을 제공하는 기본적인 역할을 등한시 하게 되는 즉각적인 효과 외에 이러한 관행은 그리스처럼 해당국이 디폴트 수준에 이르렀을 때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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