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부진보다 무서운 것은 내수불황···유럽 위기는 내년 상반기까지

28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상의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재계 수장들은 유럽발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내수심리 위축을 더욱 심각한 경제현안으로 꼽았다.
유럽 위기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동근 대한·서울상의 상근부회장은 이날 오전 회장단 회의 후 기자들과 브리핑을 갖고 "(회장단 회의에서는) 최근 경기가 매우 어렵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특히 수출 뿐 아니라 내수 소비도 급랭할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정부 및 정치권에서 경기활성화에 대해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가 오갔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실물경제까지 영향을 받고 있어 이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정부의 역할에 대해 가장 목소리를 높인 건 강덕수STX(3,530원 0%)회장이었다. 강 회장은 "조선업계는 지난 6년 동안 누렸던 장기 호황이 지나가면서 기운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국인 중국은 국가차원에서 조선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한국은 그 수준까지는 안되더라도 조선경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무엇보다 선박의 제작금융에 대해 정부가 국책은행 등을 통해 대폭 확대해 줄 것을 당부했다. 선박 제작금융이란 선박을 수주한 이후 2~3년간 제작기간 동안 이뤄지는 금융을 일컫는다. 강 회장은 "제작금융이 보장 안 되면 해외 수주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강 회장은 지난 2월 출범한 21대 회장단에 합류한 이후 첫 회의 참석이었다.
박용만두산(1,294,000원 ▲13,000 +1.01%)그룹 회장은 "올 3월까지는 경제 전망이 많이 좋았으나 그 이후 최근 2~3개월 사이 많이 비관적이 됐다"며 "이로 인한 심리적 위축을 막아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도 거들며 "소비심리 위축도 아주 심각해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선 모두 한 목소리로 중국의 경기 하강에 대해 걱정했다. 김반석LG화학(340,000원 ▼16,000 -4.49%)부회장은 "화학업종은 중국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2008~2009년도에 중국이 호황이었으나 지금은 많이 안 좋다"고 밝혔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해서는 급격하게 회복이 될 것 같지는 않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하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려울 것이란 다소 비관적인 결론이 도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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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부동산 및 건설경기 침체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부동산 및 건설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이 많이 발표 됐지만 별 효과가 없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에 대한 처리방안을 정부가 강구 해주길 바란다는 게 요지였다.
김영대 대성그룹 회장이 "PF로 구입한 땅을 정부가 매수해 주면 좋겠다"고 말하자 박용만 두산 회장은 "땅을 정부가 흡수해줘도 그 동안 발생한 금용 손실이 너무 크다"고 답했다. 이운형세아제강(237,500원 ▲5,500 +2.37%)회장도 "국내 건설경기가 나빠 철강수요가 줄고 있어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회의를 주재한 손경식 대한·서울상의 회장은 "수출이 올 들어 감소세로 전환됐고 기업체감경기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필요하다면 통화정책을 활용한 경기부양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며 "특히 무역보험 지원, 규제완화 등이 어려운 시기 기업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또 "내수진작을 위해서는 침체된 건설·부동산경기 회복에 적극적으로 힘써야 한다"며 "취득세감면, 분양가상한제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등이 이루어져 주택거래가 활발히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계 회장단은 화물연대와 건설노조의 파업 및 민주노총의 총파업 예고 등 노사분규 움직임이 성장과 일자리를 감축시킬 위험이 크기 때문에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또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경쟁국과 사례를 비교해 기업 및 국가의 경쟁력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동근 부회장은 "서울상의 부회장 회장단이 총 23명인데 이 중 20명이 참석했는데 이 같은 참석률은 이례적인 것"이라며 "최근 경제동향 및 경제정책에 재계의 관심이 많은 데다 정치권 및 노동계와 극한 대립보다는 설득할 것은 설득하고 반성할 부분은 반성해 전체 경쟁력 높이자는 쪽으로 의견이 교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선 이전에는 (정치권에서) 주로 복지얘기를 했으나 총선 이후에는 다행히 복지와 성장 둘 다를 얘기하고 있어 조금은 다행스런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한편 손경식 회장은 여수세계박람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저조하다면서 재계에 직원들을 독려해 박람회 견학 등을 활성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회의에는 손경식 대한·서울상의 회장, 강호문삼성전자(201,000원 ▼5,000 -2.43%)부회장, 김억조현대자동차(478,500원 ▼11,000 -2.25%)부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강덕수 STX그룹 회장, 이승한 홈플러스그룹 회장, 이동근 대한·서울상의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