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투자노트]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매년 선정하는 400대 부자들의 명단은 기업가 정신으로 자본주의 최정상에 오른 인물들의 성공 스토리로 가득하다.
이 갑부들의 명단은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해 성실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준다. 실제로 포브스는 이 400명의 갑부 가운데 30%만이 자산을 상속 받았고 나머지 70%는 자수성가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공정한 경제를 위한 연합(United for a Fair Economy)'이란 단체의 분석은 상당히 다르다. 이 단체는 포브스 400대 부자들을 물려받거나 도움을 받은 자금의 규모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나눠 조사한 결과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진정한 자수성가형 부자는 35%로 줄어들었다.
첫째, 상속 받은 자산만으로 포브스 400대 갑부에 포함된 사람들이 85명으로 21.25%를 차지했다. 월마트를 창업한 샘 월튼의 자산을 물려받은 월마트 가문 사람들과 메리어트 호텔 창업자의 아들 빌 메리어트가 대표적이다.
둘째, 5000만달러(환율 1150원일 때 575억원) 이상의 자산이나 이 정도 가치에 버금가는 번창하는 기업을 물려받은 부자들이 28명으로 전체의 7%를 차지했다.
H-E-B 그로서리 컴퍼니의 최고경영자(CEO)인 찰스 버트는 할아버지가 세운 회사를 물려받아 키웠고 에너지기업인 코치 인더스트리즈의 찰스 코치도 아버지가 설립한 회사를 상속받아 더 크게 발전시켰다.
셋째, 5000만달러까지는 안 되지만 100만달러(11억5000만원) 이상의 자산을 상속 받거나 이에 버금가는 돈을 창업자금으로 지원 받은 경우로 전체의 11.5%(46명)를 점했다. 예를 들어 부동산 거부로 유명한 도널드 트럼프는 아버지의 부동산 사업에 참여해 크게 육성시켰다.
넷째, 상속 받거나 사업을 시작할 때 지원 받은 자금이 100만달러(11억~12억원) 이하인 부자들로 포브스 400대 부자 중 88명, 22%에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은 일년에 학비가 수만달러에 달하는 사립학교에 다닐만한 여력이 있는 미국 고소득층 출신들이다.
세계적인 헤지펀드인 무어 자산관리의 루이스 베이컨은 어머니가 물려준 유산을 밑천삼아 펀드를 만들었고 페이스북의 젊은 CEO 마크 저커버그는 거부는 아니지만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값비싼 사립학교를 다녔다.
독자들의 PICK!
마지막으로 중하류층에서 태어나 맨손으로 시작한 진정한 자수성가형 부자들이다. 이들은 포브스 400대 갑부들 가운데 140명, 35%를 차지한다. 대표적으로 고등학교 때 친구와 1000달러를 빌려 석유 서비스 회사를 만들어 콘티넨탈 리소스로 키운 해롤드 햄을 꼽을 수 있다.
오라클을 설립해 미국 3위의 부자 자리에 오른 래리 앨리슨도 시카고 중하층에서 태어나 성공한 인물이다. 뉴욕 브룩클린 빈민가에서 태어난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와 여성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도 자수성가형 부자 명단에서 빼놓을 수 없다.특히 윈프리는 포브스 400대 갑부 가운데 유일한 흑인이다.
'공정한 경제를 위한 연합'은 포브스 400대 갑부 가운데 절반 이상이 상류층 출신으로 중산층 이하 평범한 사람들과는 출발이 달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포브스 400대 갑부 가운데 140명, 35%는 맨손에서 시작해 엄청난 부를 쌓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가족의 도움이나 남들보다 좋은 배경에서 출발하지 않고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들이야말로 삭막한 자본주의 사회를 꿈을 갖고 살만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한편, '공정한 경제를 위한 연합'은 포브스 400대 부자 가운데 13명은 가족 배경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어느 그룹에 속하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