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도박·횡령·마약' 비리온상···알고보니 '공기업'

'사기·도박·횡령·마약' 비리온상···알고보니 '공기업'

정진우 기자
2012.10.20 05:21

[나사풀린 공기업, '도덕적해이' 백태]'신의 직장' 공기업에서 벌어진 천태만상

기획재정부 주관 '2011년도 공기업 경영평가결과'에서 기관장 A등급, 기관 B등급을 받은 공기업이 있다. 평가가 좋아 성과급을 '경영평가 220%', '자체성과급 200%' 등 총 420%를 받았다.

하지만 노사가 짜고 진행한 '사기행각'이었다. 이 회사 사장과 노조위원장은 2개의 임금협약서를 만들어 경영평가단에 제출하는 임금협약서엔 성과연봉제 도입을 명시하고, 조합원들에게 배포한 임금 협약서엔 성과연봉제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다른 공기업과 달리 노조와 전 직원에 대한 성과연봉제를 합의해 높은 점수를 받았던 것이다.한국전력(46,200원 0%)공사의 발전 자회사인 동서발전 얘기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전순옥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한전 국감에서 동서발전이 임금협약서를 제 멋대로 꾸며 성과연봉제 도입을 거짓 보고했다고 폭로했다.

전 의원은 "동서발전 사측이 노조와 성과연봉제를 합의한 것처럼 문서를 조작해 경영평가 실적을 높인 뒤, 성과급을 많이 챙겼다"며 "명백한 범법행위이고, 민간 기업이었다면 사법 처리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공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 혈세로 운영되고 있는 공기업이 엄격한 잣대로 공직윤리를 지키기는커녕 각종 비리를 일삼거나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이 "민간 기업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비리의 백화점"이라고 입을 모을 정도다.

◇'횡령·도박·마약...' 범죄의 온상 공기업=경마장을 운영하는 한국마사회는 비리의 온상임이 드러났다. 직원들이 공금 횡령은 물론 도박, 향응 등 비리의 백태를 보여준 것.

김우남 민주통합당 의원은 마사회 직원들이 2007~2009년까지 현금과 한우선물세트, 장뇌삼, 룸살롱 비용 등 총 32회에 걸쳐727만3000원의 향응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82회에 걸쳐 6676만6000원을 횡령한 직원이 적발됐는가하면,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도박한 직원, 향정신성 의약품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투약하다 적발된 직원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전기를 파는 한국전력엔 전기를 도둑질한 직원들이 많았다. 지난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한전 임직원 및 검침원이 전기 사용량 등을 조작해 전기요금을 내지 않은 사례가 13건에 달했다. 특히 한 직원은 10년간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저렴한 일반용 전기를 주택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만경영' 아이콘 공기업, "국민혈세 펑펑 낭비"=사기업과 달리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들의 방만 경영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13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부채를 떠안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불미스러운 일로 파면된 직원에게도 수억 원의 퇴직금을 줬다고 지적했다. LH공사는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직무상 비리로 파면·해임된 직원 19명에게 총 5억1274만 여원의 퇴직금을 지급했는데, 공기업들의 '방만한 경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란 분석이다.

농협은 11조원의 빚까지 져가며 추진한 신경분리 이후 임원 숫자를 늘리고, 기본급의 700%까지 상여금을 지급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주홍 민주통합당 의원은 농협이 신경분리 이후 임원을 290명에서 348명으로 20%나 늘렸다고 밝혔다. 또 농협 금융지주 대표 연봉이 2억7000만원이고, 생보 대표가 2억5000만원인데 기본급의 80%까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부장급이 포함되는 M급이 연봉이 1억2000만원이고, 직원들도 기본급의 700%까지 상여금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유연백 지식경제부 감사관은 "국민들을 위해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공기업들이 투철한 사명의식 없이 범법행위를 하거나 방만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며 "주인의식이 결여됐기 때문에 이 같은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국정감사를 계기로 엄격한 내부통제 문화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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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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