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양 회장(사진)에게 (모른다고 일관하라는) 지시 받았어요?"
23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기홍포스코(461,750원 ▼7,250 -1.55%)부사장이 질문에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하자 이현재 의원(새누리당)이 던진 말이다.
2010년 적자기업 성진지오텍을 인수할 당시 안철수 이사회 의장이 반대의견을 제시했느냐는 질문에 박 부사장이 머뭇거리자 이 의원이 '정 회장의 지시'냐고 힐난한 것이다.
난데없이 튀어나온 말은 아니다. 이 의원은 당초 포스코의 확장경영과 계열부실,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안철수 전 이사회 의장의 역할 등을 증언할 증인으로 정준양 회장을 지목했다. 그러나 정 회장측은 경영 일정을 이유로 출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고 박 부사장이 대신했다.
이 의원은 포스코의 M&A를 진두지휘해 부실 계열사들이 속출하기까지 중심에 정준양 회장이 있었다고 보고 정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세우려 했다.
공교롭게도 정 회장은 해외 출장을 마치고 이날 귀국했다. 이 의원은 "정 회장이 해외 일정이 있어 출석이 어렵다고 해서 정 회장을 대신해 성실히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을 보내달라고 했다"며 "정 회장이 오늘 귀국한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부에선 국감 기간 재벌 오너들이 출장을 가는 행태를 떠올릴 법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확장 경영 과정에서 정치권으로부터 압력 또는 조율 등 곤란한 질문이 쏟아질 걸 예감해서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이날 국감에서 이 의원은 2010년 성진지오텍 인수 과정에서 정치권 관여 의혹을 다시 끄집어냈다. 이 의혹은 정준양 회장이 윤석만 사장과 회장 자리를 놓고 경합하는 과정에서 정권 실세였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역할이 있었다는 의혹으로 이어진다. 정 회장으로서는 당혹스런 일이다.
또 다른 한편에선 "짐작에 불과하다. 실제 정 회장은 해외 출장이 어느 대기업 총수보다 많은 편"이라며 정 회장을 두둔하고 있다.
이날 정 회장의 해외 출장으로 국감에 출석한 박기홍 부사장은 난감한 질문공세에 시달렸다. 정준양 회장 취임 이후 벌어진 일련의 M&A와 70개 계열사 중 29개사의 적자 등은 박 부사장이 대답할 수 있는 성격의 질문이 아니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정준양 회장에게 증인출석 요청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해외 출장은 이미 예정돼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