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코넥스 출범, 이왕 늦어진다면

[기자수첩]코넥스 출범, 이왕 늦어진다면

배준희 기자
2012.11.06 07:01

"글쎄요, 확답을 드리긴 어렵지만 설립 시기는 아마 내년으로 미뤄지지 않을까요. 정치권도 워낙 관심이 없어서…." 한국거래소 관계자 얘기다. 초기 중소기업 전용시장인 코넥스(KONEX·가칭)의 연내 개설이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코넥스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 힘든 초기단계 벤처기업들을 위한 전용시장이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올 연말까지 다양한 세제혜택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코넥스를 신설할 계획이었다.

코넥스를 설립하려면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한다.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만 인정하는 기존 자본시장법의 내용이 개정돼야 코넥스 개설이 가능해서다. 하지만 정치권에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어닥치면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답답한 건 거래소도 마찬가지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까지 '코넥스 띄우기'에 나섰지만 정치권에 발목이 잡혀 거래소는 7개월이 지나도록 관련 규정만 살펴보는 실정이다.

물론 자본시장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금융위가 코넥스를 개설할 방법은 있다. 법안 개정 대신 거래소 규정을 바꿔 코넥스를 신설하면 된다. 예컨대 코스닥시장에 코넥스 상장기업을 위한 새로운 소속부를 두는 식이다. 거래소는 금융위가 이런 정책 요청을 해오면 수용할 수밖에 없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 방법도 검토를 안한 것은 아니지만 실행에 옮길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 하더라도 코넥스의 연내 개설은 무리라는 시각이 많다. 코넥스를 개설하려면 공시, 상장, 시장감시를 비롯한 기존 규정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 거래소에서는 이런 검토 과정을 거쳐 규정을 개정하고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데 최소 4~5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어떤 카드를 선택하더라도 코넥스 개설은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권이 바뀌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기 마련이다. 현 정부에서 내놓은 금융정책들이 재검토되는 과정에서 코넥스의 정책방향이 손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코넥스의 연내 설립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프리보드를 반면교사 삼아 보다 충실히 준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리보드는 비상장 중소기업들의 주식거래 시장이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해 '식물시장'이 돼버렸다. 당국은 코넥스가 '제2의 프리보드'로 전락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내실 다지기에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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