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취재 차 한 산부인과 의사와 전화통화를 했다. 취재 내용에 대해 한참 얘기하던 그는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며 말을 돌렸다.
그는 "최근 빅5 병원 중 한곳의 산부인과 과장과 통화를 했는데 올해 전공의 모집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 굴지의 병원조차 산부인과 전공의를 지원하겠다는 사람이 없다더라"고 했다.
이 의사는 "산부인과 의사가 부족해서 지금 50~60대 남자 산부인과 의사들이 야간 당직을 서고 있다"며 "이들 세대가 지나가고 나면 산부인과가 어떻게 될지 걱정 된다"고 했다.
11월이 되면 각 병원은 전공별로 해당 병원에서 수련 받을 의사(레지던트)를 모집한다.
이맘때면 특히 인기과와 비인기과의 서열이 극명하게 갈린다. 인기과의 경우 지방의 대학병원까지 응시대기자가 줄을 서지만 비인기과는 서울 대형병원조차 미달 사태를 겪을까 노심초사 한다.
특히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이나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인기과로 성적 좋은 의사들이 밀집된다. 산부인과, 비뇨기과, 외과 등은 매번 찬밥 신세다.
물론 각 대학에서 정한 전공의 정원이 나라 전체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의 정원과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4년 정도의 수련을 마친 후 해당과의 전문의사가 되는 만큼 전공의 숫자는 추후 배출될 전문의 숫자를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일종의 미래 예측 가능 지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어렵고 힘들고 위험도가 높은 과는 비인기과로, 상대적으로 쉽고 당직 책임이 적고 돈 잘 버는 과는 인기과로 분류되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 의대로 몰리는 것이 문제라지만 그들이 다시 성형외과, 피부과 등으로 몰리는 것 역시 국가적으로는 문제다.
전공을 선택하는 의사 역시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진 사람인만큼 이를 비난하거나 탓할 수는 없다. 다만 현실이 이렇다면 이를 고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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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네에 애 받을 의사가 없어 원정 출산 나서는 임신부와 성형외과 간 경쟁으로 미용 수술이 된 양악수술을 받고 사망한 여대생이 공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에 비해 우리 사회가 너무 태연하다"는 산부인과 의사의 걱정을 새겨들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