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연매출 2억 넘으면 '일반 가맹점'으로 분류돼 큰 폭 인상
문제됐던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이 새롭게 개편됐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올해 7월 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신가맹점 수수료율체계가 논란에 휩싸였다. 여신협회는 새롭게 도입되는 수수료율을 유예 또는 단계적으로 조정하기로 한 발짝 물러섰다. 신가맹점 수수료율체계는 연매출 2억원을 기준으로 2억원 이하는 1.5%, 2억원 이상은 2% 안팎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최대 수수료율을 2.7%로 못 박았다.
그러나 중소형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경감해주기 위한 신가맹점 수수료율체계가 뜻밖에도 중소형가맹점의 반발을 불러왔다. 지금까지 중소형가맹점으로 분류되던 연매출 2억원 이상인 가맹점이 일반 가맹점으로 분류돼 수수료율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오는 22일 전면적인 신가맹점 수수료율체계 시행을 앞두고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 변경된 수수료율 보니
여신협회 측은 신가맹점수수료 체계가 전체 가맹점의 93%가 혜택을 받아 가맹점간 수수료율 격차를 대폭 축소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개별 카드사는 가맹점 측에 수수료율을 통보하고 적정수준을 협상하고 있다.
문제는 수수료율이 인상되는 가맹점이다. 특히 대형가맹점인 할인마트, 통신사, 자동차, 보험, 항공사 등은 수수료율 인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인상되는 곳은 대형가맹점뿐이 아니다. 중소형가맹점이라도 연매출 2억원이 넘으면 수수료율이 인상돼 벌써부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서민친화업종임에도 왜 수수료가 높아지느냐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노래방, 주점 등의 유흥업소라 하더라도 연매출이 2억원이 안될 경우 1.5%안팎의 수수료율을 적용받지만 연매출이 2억원 이상인 편의점, 슈퍼마켓 등은 수수료율이 오르게 된다. 개정 전에는 유흥업소의 수수료율이 평균 4.48%로 높았다.
더 큰 문제는 가맹점과 일일이 계약을 맺지 않고 가맹본사가 카드사와 계약을 맺는 경우다. 예컨대 편의점 업종은 통상 본사가 나서서 가맹점 수수료율을 결정하고 개별 가맹점에 통보하는 방식이다. 신용카드사와 수수료율을 두고 협상 중인 A편의점 관계자는 "현재 1.8%인 수수료율이 2%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연매출 2억원 이하인 편의점이 문제가 된다. 본사에서 정한 수수료율이 연매출 2억원 미만인 편의점에도 그대로 적용돼 손해를 볼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는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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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편의점과 같이 소액결제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경우에만 대안이 마련된 상태다. 신가맹점 수수료율체계에 따르면 가맹점 중 건당 평균 결제금액이 2만원 이하인 가맹점은 밴(VAN·부가가치통신사업자)수수료와 같은 고정비용 때문에 수수료율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 ▲새로운 계산법에 의한 수수료율 ▲기존 수수료율 ▲2.7% 중 가장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도록 했다.
예컨대 A편의점의 개정 전 수수료율이 2.0%이고 개정 후 수수료율이 2.4%라고 가정해보자. 고객이 1만원을 카드로 결제할 경우 카드 결제액이 2만원에 미달하기 때문에 이때는 이전 수수료율인 2.0%를 적용받는 식이다.
하지만 이 역시 개별 결제에 대한 대안일 뿐 가맹점 전체에 적용되는 수수료율은 아니기 때문에 문제를 덮을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신가맹점 수수료율체계의 허점은 다른 곳에서도 터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 한발 물러난 카드업계
여신협회 측은 당초 "그동안 중소형가맹점으로 분류되던 곳이 신가맹점체계에 따라 연매출 2억원 이상이면 상향된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것일 뿐"이라며 "연매출이 높은 가맹점이 계속 중소형수수료율을 적용받게 할 수는 없다. 내려가는 게 있다면 올라가는 것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수수료율이 인상되는 가맹점의 반발에 결국 수수료율 적용을 보류해야 했다. 이두형 여신협회장은 지난 11월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수료율이 인상되는 일부 중소형가맹점에 대해 유예기간을 도입하고, 단계적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등 보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서민생활과 밀접한 업종에 대해서는 과도한 부담이 일시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신가맹점 수수료율체계 개편의 취지는 공정성과 합리성을 위한 것임을 이해해 달라"며 "새로운 수수료체계가 카드사, 소비자, 가맹점들이 고통을 분담하고 상생의 길을 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수수료율 인하로 불거진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법 개정이 당초보다 3개월 단축되면서 총 2000만건이 넘는 방대한 계약을 점검해야 했다는 것. 여신협회 관계자는 "35년 만에 수수료율이 개편되는 것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일부 시행착오가 발생한 것"이라며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1978년에 만들어진 업종별 수수료율체계를 사용해 왔다. 낡은 잣대로 수수료율을 매기다 보니 가맹점의 불만은 거세졌고 잊을 만하면 수수료율 인하 요구가 빗발쳤다.
◆ 금감원도 조사 나서
금융감독원은 수수료체계 개편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 업종에 대해 정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개정한 방안대로 시행은 하되, 추후 필요 시 정밀히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수료율 설정 문제는 업계 자율로 결정하는 사안이어서 당국으로서는 수수료율을 강제할 수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부가 가격에 개입한다는 것이 한계가 있지만 보완해야 할 점이 있으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조정할 계획"이라며 "개정된 규정대로 진행을 하되 원가산정 등에서 불합리한 점이 있다면 시정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대한 이번 개정안을 연착륙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겠다"며 "문제가 된 8만여개의 가맹점을 우선적으로 검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