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2월08일(09:54) 자본시장 미디어'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위치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벤처기업의 A대표는 중소기업청이 주도한 연구용역에 참여했다. 청년창업 활성화를 방해하는 '손톱 밑 가시'를 찾아내는 임무였다. 용역팀은 A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 교수들로 구성돼 있었다. 몇 달 뒤 내놓은 최종 보고서는 포털 사이트만 검색해도 찾을 수 있는 신문 기사와 교수들의 강의 자료들로 채워졌다. 연구비는 A대표보다 교수들이 100만 원씩 더 받아갔다고 한다. 대학을 중퇴한 A대표와 우리를 같이 취급해서는 곤란하다는 게 교수들의 주장이었다.
# 정부 출자기관의 벤처펀드 운용사 선정을 담당하는 B팀장은 몇 달간 공을 들인 정기 출자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할 뻔 했다. 운용사 선정 작업의 최종 단계인 프레젠테이션 심사에 참석한 교수 때문이다. 프레젠테이션 내내 시큰둥하던 교수는 펀드와는 무관한 질문을 퍼부었다. 발표자로 나선 벤처캐피탈 임원이 안쓰러워졌을 정도였다. 일은 마지막에 터졌다. 다른 위원들이 동의한 항목에 대해 교수만 반대 입장을 내놨다. 위원들은 "평가표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몽니를 부리는 교수를 달래느라 애를 먹었다.
교수는 우리 사회가 공인한 대표적인 전문가 집단이다. 전공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했기에 해당 분야를 가장 잘 알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수십 년간 고등 교육기관에서 강의한 경험이 있고 논문도 많이 발표했기에 말과 글 모두 현란하게 구사한다.
자문은 일을 효율적이고 바르게 처리하기 위해 전문가나, 전문가로 구성된 기구에 의견을 물는 행위다. 외부 자문을 받는 이유가 전문성과 투명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임을 고려하면 교수만한 자문위원도 없다.
이러다 보니 정부기관을 비롯한 각종 공공기관의 자문위원단에는 하나같이 교수들이 포진돼 있다 . 기업이나 민간 단체를 봐도 비슷하다. 전문성과 투명성을 제일가는 덕목으로 삼겠다는 대통령 당선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 절반 이상을 교수로 임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곳곳에서 배를 산으로 가게 하는 '교수님'들을 원망하는 소리가 들린다. 일을 바르게 하는지 감시는 잘 하는데 효율적으로 해보려면 제동을 거는 사례가 다반사라고 한다. 현업 경험이 없는 교수는 교과서 속 이야기만 늘어놓기도 하는 모양이다. '학자의 신념'이나 '오랜 연구경력'을 내세우면 두손두발 들 수밖에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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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필요할 때 손만 잘 들어주는 거수기형이나 필요한 말만 해주는 자판기형 교수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자문위원회 제도의 본질에서 한참 벗어난 일이다. 자문 수요는 늘어나는데 자문위원을 공급할 수 있는 인력 풀은 제한적이라 그렇다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풀의 진입 장벽을 낮춰 다양한 계층과 배경을 갖춘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는 건 어떨까. 20대 예비 창업자를 청년창업 활성화 연구위원으로 위촉하거나 성공한 30대 벤처기업가를 출자사업 심사위원으로 모신다고 해서 배가 산으로 갈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