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로부터 '병은 소문을 내야 잘 낫는다'고 했다. 하지만 정신건강의 문제를 가진 환자들은 소문내기를 꺼린다. 우리 사회의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너무도 뿌리 깊기 때문이다.
이 같은 두려움 때문에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오는 4월부터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더라도 '정신질환'이라는 기록을 남기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변경된 건강보험 청구절차를 발표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물 처방이 동반되지 않는 외래상담을 할 경우 기존의 정신질환 청구코드(F코드) 대신 보건일반상담(Z코드)으로 건강보험 급여를 청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정신건강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반면 다수의 환자들이 정신건강의 문제를 치료 받지 않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서울의대 조맹제 교수가 수행한 '2011년 정신건강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27%가 평생 한번은 정신질환에 걸리고 우리 국민 중 15.6%가 평생 한번 이상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다.
우울증은 그 유병률이 10년 전 4%에서 2011년 6.7%로 증가 일로에 있는 반면 정신 질환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 중 정신건강전문가에게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비율은 15.3%에 불과한 상황이다.
1년 전 이 같은 결과가 발표되자 다수의 언론 매체들이 보도하면서 사회적인 경각심을 일으켰다. 당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듯 했지만 우리 사회 특유의 충격에 대한 내성 때문인지 1년이 지난 지금 정신건강문제에 있어서 별다른 변화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당시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는 대대적인 국민계몽과 교육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또 누구나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고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을 낮춘 이번 조치가 이 같은 요청에 대한 화답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정신건강 수요를 실질적으로 만족할 만한 범정부적 차원의 재정적, 시스템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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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일제수탈과 625의 잿더미에서 출발해 60여년간 전 세계가 놀랄만한 압축 성장을 이뤘다. 이를 통해 세계 7대 무역국에 진입했다. 지난해에는 20-50클럽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는 높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 발표된 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행복 순위는 56위에 불과하다. 유엔 행복보고 작성을 총괄한 제프리 삭스 교수는 보고서 말미의 정책 제안에서 정신건강의 문제에 대한 대대적인 투입을 정책 과제의 하나로 제안한 바 있다.
새로 취임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새 정부의 인선 작업이 완료된 가운데 각료 후보자들도 가장 자주 언급하는 정책 목표가 '국민행복시대'다.
진정한 '국민행복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마음의 고통을 돌봐야 한다. 새 정부에서는 구두선이 아닌 범정부적 차원에서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과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 국민들 또한 개인적 차원에서 정신건강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정신건강의 문제는 남이 아닌 나와 내 이웃의 문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침 4월 이 같은 정신건강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정보의 장이 펼쳐진다. 국내 신경정신의학과 전문의들이 모여 국민들에게 정신건강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자리를 갖는다.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