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창업자 몽니에 속앓는 벤처캐피탈

[더벨]창업자 몽니에 속앓는 벤처캐피탈

이윤재 기자
2013.05.06 09:50

[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5월03일(11:25) 자본시장 미디어'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항체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바이오 업체 A사의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다. A사는 기술 수준이 상당한데다 실적도 안정적이라고 알려져 다들 의아해 하고 있다.

순조롭게 돌아가던 회사가 청산에 돌입한 배경에는 투자자와 경영징 간의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A사의 대표이사이자 설립자인 S씨가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제시했던 기업공개(IPO) 계획을 차일피일 연기한 것이다.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민감한 기관투자자들은 반발하기 시작했다.

갈등을 빚던 중 S씨는 돌연 법원에 A사의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A사는 빚에 허덕이는 회사도 아니었고 초기 기업 치고는 재무상태도 좋았다. 회생절차가 받아들여질 리 없었다. 법원은 A사의 현금보유량이 충분하다는 점을 들어 회생절차 신청을 기각했다.

S씨의 회생절차가 황당한 이유는 투자자와 힘 겨루기를 벌이던 중 "이럴 바엔 같이 죽자"는 심정으로 신청했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에게는 아무런 상의나 통보도 없었다. 결국 양측의 신뢰는 산산조각이 났고 투자자들은 주주총회를 거쳐 A사의 해산을 결의했다.

유명 제약회사의 임원 출신이자 명망 있는 교수였던 S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재기를 노리고 있다. A사의 영업권을 넘겨받은 곳에 S씨가 합류한다는 설이 파다하다. 또 A사처럼 항체를 연구하는 새 회사 설립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도 떠돈다.

반면 투자를 주도했던 심사역은 벤처캐피탈 업계를 떠났다. 부푼 꿈을 안고 '업종 전환'을 시도한지 2년 만이었다. 제약사 출신이었던 그는 "투자 업무가 이런 건지는 몰랐다"는 말을 남긴 채 제약업계로 돌아갔다.

벤처투자 시장에서 투자자와 경영자가 대립각을 세우는 일은 드물지 않다. 투자 이후에 실적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자자가 대표이사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IPO나 인수합병(M&A) 등 엑시트를 바라보는 양측의 관점이 다르다 보니 얼굴을 붉힐 수 밖에 없다.

바이오분야는 제조업이나 IT서비스에 비해 투자자와 경영자의 갈등이 더욱 빈번하다.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많은 자본금과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투자금 회수가 과제인 벤처캐피탈 입장에서는 속이 탈 수 밖에 없다.

바이오회사 창업자들은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데다 애착도 깊어 연구방향을 쉽게 틀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금융논리에 입각해 바이오 산업을 바라보는 벤처캐피탈들을 이해 못하는 경우가 잦다. 심지어는 "기술은 내 머리 속에 있으니 네 돈 말고 다른 곳에서 돈 받아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경우도 있다.

투자자는 비가 올 때 우산을 씌워준 사람이다. 비가 그치고 나니 "이제 우산은 필요없다"며 나몰라라 하는 건 곤란하다. 모든 바이오기업가들이 S씨 같지는 않다. 하지만 S씨 같은 대표 때문에 고생하는 벤처캐피탈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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