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세계는 일자리 전쟁, 우리는…]<1부-4-4>의원 입법 14.12%가 '규제' 법안…"주요 법안 상임위 전 청문회 의무화해야"
6월 임시국회가 중반전에 접어들면서 기업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안이 다수 논의될 예정이어서 대관 업무 담당자들을 중심으로 동향 보고와 대책 마련에 바쁜 모습이다. 이들 법안들은 '경제민주화' '갑을관계 재정립' 등의 명목을 내세우지만, 기업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부분 의원 입법으로 발의됐다. 이에 따라 무분별한 의원 입법에 제동을 거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18대 국회의 법안을 분석한 결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규제 법안은 2923개로, 정부가 발의한 규제 관련 법률안 349개의 8배에 달한다. 19대 국회 들어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한국규제학회가 지난해 5월 19대 국회 개원 이후 올해 2월 말까지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법률 3356 건을 분석한 결과 규제를 포함하고 있는 법률안은 14.12%인 474건이었다. 새누리당이 제출한 법안은 215개, 야당인 민주당이 제출한 법안은 226개로, '규제 늘리기' 경쟁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정부 입법안은 법률안 준비단계에서 규제개혁위원회가 의무적으로 규제심사를 실시하는 반면, 의원발의 법률안은 이런 규제심사 절차가 생략된다. 또 정부 입법안은 법률안이 준비되는 단계에서 관계부처와의 협의, 당정협의,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 국무회의를 통해 세심한 검토가 이뤄지지만 의원 발의 법률안에 대해서는 국회 법제실의 검토와 비용추계 등 단순한 검토만 이뤄지기 때문에 이처럼 무책임한 규제 법안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의원입법 규제 법안을 분석한 김주찬 광운대 행정학과, 김태운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규제를 신설할 필요성에 대해 폭넓고 쉽게 동의되지 않는 의안이 많았으며, 설혹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가정하더라도 규제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보다 높은 수준의 규제 대안이 제시되지 못하는 경향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부실한 법안들이 주요 정당의 내부 논리에 따라 별다른 제재 없이 상임위와 법사위, 본회의까지 통과한다는 것이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포퓰리즘'에 의거한 부실한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며 "미국처럼 주요 법안은 상임위 상정 전에 청문회를 의무화해 여론을 수용하는 등의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