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고 있는 남양유업 협상

'산으로' 가고 있는 남양유업 협상

원종태 기자
2013.06.20 08:30

[우리가 보는 세상]이해당사자 스스로가 한발씩 물러나 '대타협' 이뤄야

작금의 남양유업 사태를 보면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말이 실감난다. 지난 5월 3일, 욕설 녹취가 알려지며 '갑의 횡포'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남양유업 사태는 이제 50일째를 맞고 있다. 남양유업과 밀어내기 피해 당사자인 전·현직 대리점주로 구성된 피해자대리점협의회(이하 협의회)는 5월 21일 재발 방지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처음 마주 앉았다. 이후 지난 14일까지 6차례 협상과 4차례 실무협의가 계속됐다.

초기 협상은 순조로워 보였다. 양측은 불공정거래 근절과 재고품 반송시스템 구축, 상생위원회와 고충처리위원회 신설 등 밀어내기 재발을 위한 여러 사안에 대부분 합의하는 듯 싶었다.

그러나 협상은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쳤다. 바로 피해 보상 문제다. 협의회는 최근 5년간 남양유업이 대리점주를 통해 벌어들인 매출액의 20%를 피해보상 요구액으로 제시했다. 남양유업이 지난 5년간 대리점을 통해 벌어들인 매출이 3조4000억원이므로 이중 20%인 6800억원을 대리점주들에게 보상하라는 것이다. 지은 잘못이 크기 때문에 협의회 요구에 '예'라고 답하던 남양유업도 이 대목에선 고개를 갸우뚱했다. 6800억원은 남양유업 유동자산을 모두 쏟아 부어도 마련할 수 없는 돈이었다.

남양유업은 피해보상의 필요성은 알지만 금액이 너무 과다하니 양측이 전문가를 선정해 피해보상처리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거기서 구체적인 보상 금액이 산출되면 무조건 따르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협의회는 협의회대로 남양유업이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협의회는 "매출액의 20%를 달라는 것은 우리가 내놓은 일종의 잠정안"이라며 "우리도 이 수준이 과도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남양유업에 구체적인 보상 가능액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남양유업이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5%든 10%든 남양유업의 보상액에 대한 입장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밀어내기를 근절하려면 남양유업이 판매 목표 자체를 세우지 말아야 한다거나, 대리점주에게 단체교섭권에 준하는 권리를 달라는 요청도 했다.

이제 양측 협상은 아무 성과 없이 지리멸렬하게 다시 두 달 전으로 되돌아간 모양새다. 남양유업 사태는 이 나라 전반에 만연해 있던 갑과 을의 뒤틀어진 관계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한 최초의 폭로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포인트는 이 심오한 문제들을 이해당사자 스스로가 어떻게 합의하고, 어떻게 고쳐 나가느냐에 있다. 남양유업 협상 소식이 아직 뉴스거리가 되는 이유도 이런 상징성 때문이다.

이 본질을 외면한 채 이해당사자들이 자기 잇속만 차리려 한다면 남양유업 사태는 사회적 지지는 커녕 비판의 대상으로 역전될 수 있다. 을이 되려는 갑은 봐줄 수 있지만 갑이 되려는 을은 추잡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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