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은 왜 집중 투표제를 되돌렸나?

미국, 일본은 왜 집중 투표제를 되돌렸나?

오동희 기자
2013.08.14 06:31

주주간 갈등 첨예화로 경영타격..美 日 강제조항에서 기업자율로 전환

오는 25일 입법예고가 끝나는 상법 개정안 가운데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 집중투표제다.

이 제도는 지난 1950년대 미국에서 1970년대 일본에서 강제조항에서 자율조항으로 바뀐 제도다.

이번 개정안에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2인 이상의 이사 선임시 의결권 있는 1주마다 선임할 수 있는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지분 10%를 가진 주주가 3명의 이사를 뽑는 투표를 할 경우 각각 10%씩 30%의 의결권을 자신들이 원하는 1명에 몰아서 투표할 수 있는 제도로, 소수 주주들에게 유리한 제도다.

우리나라에는 1998년에 도입됐고, 도입 당시 기업이 이를 정관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중 7.8%인 57개사가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법무부는 대부분 상장사들이 정관으로 집중 투표제를 배제하고 있어 실시 사례가 거의 없다며, 강제조항으로 의무화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소수파 주주가 추천하는 별도 후보가 없을 경우에는 제도 실시의 의미와 실효성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현행법으로는 소수주주가 이사 후보를 추천하면 반드시 의안으로 상정하도록 돼 있다.

이번 개정안은 일정 자산규모(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에서는 집중투표제를 정관에서 배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수수주주의 청구가 있을 경우 집중 투표제를 실시하도록 강제했다.

재계는 이와 관련 "미국은 1950년대에 대부분의 주에서 기업 자율에 맡기도록 전환했고, 일본은 1974년 상법 개정 때 집중투표제를 회사자율에 맡기도록 했다"고 말했다.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현재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한국 등 20여개 국가이며, 이 가운데 러시아와 멕시코, 칠레 등 3개 국가만이 강제조항으로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40년대 22개주에서 집중투표제를 강제화했으나, 1950년대 이후 대부분의 주(洲)가 기업의 자율에 맡기도록 전환했다. 이유는 경영자간의 갈등이 빈번하고, 회사설립 기피 현상이 만연해지면서 대부분의 주가 유리한 기업환경 조성을 위해 임의 규정으로 전환했다.

일본도 주주간의 경영권 분쟁이 빈발하고, 소수주주들이 기업의 가치제고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실현을 위해 집중투표제를 남발하면서 기업경영에 차질을 빚자 집중투표제를 회사자율에 맡겼다.

최근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집중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제한 규정인 '2조 이상 상장사'에서 탈피하기 위해 상장을 꺼리는 기업들이 발생할 소지가 있고,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들이 경영갈등을 우려해 기업 쪼개기도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적대적 M&A 세력에 의한 경영활동의 위축은 물론 주식회사의 근간인 1주 1의결권의 원칙이 무너져 주주평등의 원칙과 다수결의 원칙이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벌어졌던 경영진간 갈등도 첨예화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우려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