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10년 후 '위대한' 기업은

[광화문] 10년 후 '위대한' 기업은

정희경 부장
2013.09.18 06:35

누구나 한 가지쯤 되돌리고 싶은 '과거'가 있을 것이다. 10년, 아니 20년 전 직장이나 직업, 학교, 심지어 연인까지 지금과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보다 행복했을 것이란 상상에서다. 가 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현재가 암울한 때 더욱 커진다.

올 봄, 20년 전 과거로 30분간 돌아갈 수 있는 향을 소재로 한 케이블TV 드라마가 '떴을' 때다. 한 모임에서 신비의 향 9개를 얻게 된 주인공이 일생에서 가장 후회스런 사건을 되돌리려고 고군분투하는 스토리를 화제 삼아 "이 향을 손에 쥐게 된다면 나는…"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참석자들이 대부분 여의도 증권가에서 일하는 분들이라 자신의 직장을 롤러코스터와 같은 업황에 휘둘리지 않는, 안정적인 곳으로 바꿔보겠다고 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기자의 '순진한' 기대는 단번에 깨졌다. "당연히 삼성전자를 사야죠." 증권맨다운 대답이자 앞으로 10, 20년 뒤를 내다보더라도 인사이트가 있는 말이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신경영' 드라이브를 건 93년의 이 무렵,삼성전자(193,100원 ▲6,900 +3.71%)주가는 3만원대(증자와 감자 등을 고려한 조정주가 기준)를 넘어선 수준이었다. 현재 주가는 140만원 안팎으로 올라섰으니 20년새 40배 넘게 급등한 것이다. 얼마 전까지 불패신화를 이어온 부동산도 이 수익률을 뛰어넘지 못한다.

이 회사 주가는 그 해 말 5만7400원을 기록했고, 95년 10만원을 돌파했으나 외환위기 직후인 97년 3만원대로 다시 추락하기도 했다. 매력적으로 저평가됐던 삼성전자가 소니를 제치고, 또 IT부문 글로벌 최고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이 당시 회사 밖에선 거의 없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은 동유럽 붕괴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 한·미 양국의 정권교체 등으로 안팎이 어수선한 시기였다. 상속을 받았더라도 보유자산이 많으면 고위직을 맡지 못하는 촌극이 빚어졌고, 시장을 깜작 놀라게 만들었던 금융실명제가 전격 도입된 것도 그 해였다.

지금으로선 삼성전자에 투자해야 한다는 말에 누구도 이견을 달기 어렵지만 당시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 유망한 기업을 발굴하기도, 이를 찾았더라도 오래 붙들고 있기는 힘든 시기이었다.

'시간여행'의 방향이 과거가 아니라 미래였다면. 앞으로 20년 후의 산업이나 기업의 지형도를 미리 보는 경우 스무 해 전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을 낙점할 수 있고, 설사 그 여행 도중 내가 사라지더라도 값진 선택에 고마워하는 이들로 흐뭇해질 것 같다. 도체 종잡을 수 없지만 미래를 가늠해 보려 안간힘을 쓰는 것은 현상을 개선해 보려는 의지에서 출발한다.

타임머신은 아니지만 유망 기업들을 찾아내는 기법들은 일찍부터 고안돼왔다. "경쟁 기업에서 아직 하지 않고 있지만 당신 회사에서는 하고 있는 게 무엇입니까." 현대 투자이론을 개척한 인물로,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1957년 출간)의 저자 필립 피셔가 투자처 발굴을 위해 기업을 탐방할 때 종종 던진 질문이었다.

이에 제대로 답변할 수 있는 곳은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다른 업체들이 따라오도록 선도하는 한편 임직원과 고객, 주주 모두에게 더 나은 것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스승이기도 한 피셔는 투자 대상 기업을 고를 때 최고경영자의 탁월한 능력과 미래에 대한 계획, 연구·개발 능력 등을 중요한 요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지가 돋보이는 팁이다.

관점을 투자자에서 국가로 확장하면 '위대한 기업'을 찾기보다 만들기가 중요해진다. 눈앞의 표, 혹은 그럴듯한 이즘에 휘둘려 경쟁력 있는 기업의 성장을 막는 일은 피해야 한다. 10년 정도라도 미리 볼 수 있는 향초가 있다면 한가위를 맞아 팍팍해진 민심을 챙길 여의도 국회의원들에게 우선 주고 싶다. 그래도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외부요인마저 극복해야 한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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