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타는 마음에 '탐정' 찾았다가 또 당했다…"오히려 벌금형"

속 타는 마음에 '탐정' 찾았다가 또 당했다…"오히려 벌금형"

최문혁 기자
2026.01.26 17:40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리딩방 사기 피해자 A씨는 지난달 서울 강서경찰서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이후 한 달 가까이 수사 진전 소식을 듣지 못하자 한 탐정사무소를 찾았다. A씨는 사설탐정의 안내에 따라 직접 은행을 돌아다니며 지급정지를 신청했다. 그러더니 당장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우선 약속한 비용을 입금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A씨는 "피해금 회수는 시간이 생명이라고 해 의뢰했지만 또 다른 사기를 당한 기분"이라고 했다.

사설 탐정업체에 사건을 의뢰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현재 경찰청에 등록된 탐정업 민간 자격업체는 102개에 이른다. 다만 민간 자격증은 발급기관에서 자율적으로 관리한다. 경찰청에 등록된 민간 자격증을 가졌다고 해서 경찰이 역량을 보증하는 건은 아니란 얘기다.

경찰청 관계자는 "관련 법이 없어 경찰청이 공인하는 탐정업체는 없다"며 "경찰청을 앞세워 국가 공인 자격인 것처럼 혼동할 우려가 있는 광고는 점검 대상"이라고 말했다.

사설 탐정업체에 의뢰했다가 피해를 봤다는 사례도 이어진다. 지난해 8월에는 사설탐정 지시에 따라 리딩방 사기를 보이스피싱으로 허위 신고한 피해자들이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지난달엔 한 사설탐정이 법률 문서를 작성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용정보법 개정에 따라 2020년 8월부터 '탐정'이라는 명칭으로 영업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관련 제도 논의가 여러차례 무산되며 여전히 구체적 규정은 없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9일 '탐정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진 않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지금까지 경찰청과 법무부 간 관리 주체를 정하지 못해 입법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탐정업이 제도권에 들어오면 경찰 수사력을 보충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 공인탐정 자격을 취득한 유우종 탐정중앙회 회장은 "관련 법이 없어 흥신소 등 실제 탐정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도 탐정을 자처하는 게 현실"이라며 "외국에서는 공인탐정제도를 두고 철저히 관리·감독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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