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 사상 최대 수준의 급등락을 보인 코스피지수가 9일 국제유가 급등 소식에 또 다시 6% 급락했다. 장 중 8% 넘게 하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두드러진 낙폭이다. 지난해부터 큰 조정없이 가파르게 오른 상승 피로감이 미국-이란전을 계기로 조정을 받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지나치게 높은 변동성에 투자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3월 들어 코스피 지수의 일중 변동률(하루 동안의 변동 폭을 비율로 나타내는 지표)은 7%로 전월(2.7%)보다 2배 이상 상승했다. 지난해 1%대 안팎으로 움직였던 일중 변동률은 코스피지수가 4000선을 넘어서며 빠르게 상승하는 과정에서 2%대로 올랐다가 최근 7%대까지 급등했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대 하락률을 기록한 4일에는 11.4%까지 올랐다. 전일대비 8% 급락한 상태가 1분이상 지속되면 20분간 거래가 정지되는 서킷브레이커도 이달 들어 2번이나 발동되는 등 지수가 롤러코스터를 탄다.
이 같은 변동률은 해외 주요 지수대비로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미국-이란전 당사자인 미국 S&P500은 전쟁 발발 이후 평균 변동률이 1.4%에 그치고 있고 나스닥종합지수도 1.7% 수준이다. 미국-이란전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은 아시아 증시 가운데서도 일본 니케이지수가 2.2%, 대만가권 지수가 2.6%에 그친다.
코스피지수가 단기에 빠르게 상승하며 다른 증시 대비 조정을 크게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코스피지수는 단 8개월만에 3000선에서 6000선으로 두 배로 상승한 바 있다. 랠리 과정에서 단기 과열의 조짐이 나타났지만 조정 없이 상승 속도는 더 빨라졌다. 투자자 예탁금은 3개월만에 40조원이 늘었고 신용공여 잔고도 33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 200 변동성지수(V-KOSPI200)도 지난달부터 40포인트를 넘어 상방 위험을 나타내 왔다.
불안 심리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로 당분간 이같은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크게 아웃퍼폼한 데 따라 차익실현 욕구가 강력했고, 국내 경제의 높은 에너지 의존도, 수급 꼬임 이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폭락으로 이어졌다"며 "유동성은 풍부하지만 매수세가 실종되면 매도가 매도를 낳는 상황이 재발 할 수 있어 높은 변동성에 대한 유의가 당분간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증시가 오르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특정 종목들에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도 변동성이 큰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달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변동성은 우리 주식시장에서 소수 종목에 과하게 집중되어 있는 극단적인 양극화, 쏠림에 의한 영향"이라며 "이런 쏠림과 양극화 정도에 비례해서 충격에 민감하거나 더 추약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