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 규제 강화, 2금융권은 특판 '금리 역전'…예견된 풍선효과

# 서울에 거주하는 대기업 직원 A씨는 최근 이사를 앞두고 광주 지역농협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주거래은행은 1금융권인데, 낮은 금리에 이끌려 생전 처음 2금융권에 발을 들였다. A씨는 "대출 금리가 대형은행은 4%대 중후반대인데 지역농협은 3% 후반에서 4% 초반대까지 거의 0.5%포인트(P) 차이가 나서 거부할 수 없었다"며 "차주 입장에선 어디서 빌리든 싸면 좋다. 한 달에 수십만원 차이 아닌가"라고 했다.
은행권 주담대 금리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기존 은행 고객들이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으로 발을 돌리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손쉬운 이자장사에 경고를 보내고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를 옥죈 결과 2금융권 금리가 더 낮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지면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66조5501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조1280억원(0.15%) 감소했다. 주담대 잔액은 609조891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조9812억원(0.32%) 줄었다.

반면 전 금융권 대상으로 넓히면 가계대출이 증가세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달(1조4000억원)보다 증가한 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3000억원 감소했지만 2금융권에선 3조3000억원 급증하며 전월(2조5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대폭 확대된 영향이다. 특히 농협, 새마을금고, 신협 등 상호금융권에서만 3조1000억원 늘어났다. 은행 자체 주담대는 1조1000억원 줄며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작년 말 체결됐던 대출약정이 실행됨에 따라 연초 일시적으로 가계대출이 증가했다"며 "증가분의 약 70% 가량은 실수요자를 위한 분양입주잔금 대출"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은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따라 가산금리를 높이는 틈을 타 2금융권이 금리를 내리며 영업에 뛰어들면서 빚어졌다. 은행권에 비해 당국의 관리가 소홀한 사각지대인 2금융권 지역농협, 새마을금고 등은 특판 상품을 내놓으면서 공격적으로 고객을 확보했다.
1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은행의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전날 기준 연 4.24~6.84% 수준으로 집계됐다. 반면 신협의 경우 지역단위로 편차가 있지만 공시 기준으로 현재 일부 지역단위에서 3.63%를 비롯해 3%대 주담대 금리를 취급하고 있다. 농협의 경우 3.5% 주담대 금리도 확인할 수 있다. 모집인을 통해 진행되는 특판은 이보다 금리가 더 낮게 책정될 가능성도 있다.

한 시중은행 대출모집인은 "올해 1~2월에 대출 잔금이 남아있던 분들 일부는 신협, 단위농협 등 금리가 낮다는 이유로 많이 넘어가서 고객을 뺏겼다. 대출을 신청했다 취소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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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은 고객 이탈을 인지하고 있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대형은행 관계자는 "올 초 은행권 총량규제가 풀리면서 가계대출 문턱을 다시 높였지만 금리 경쟁력에서 크게 밀리기 때문에 늘어나기 힘든 상황"이라며 "가계대출을 늘려도 당국에서 좋은 소리 못 듣는 데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면서 기업대출을 늘려야 하기에 금리를 낮추며 가계대출을 늘릴 요인은 적다"고 했다.
당국은 새마을금고와 농협 등 상호금융권 가계대출이 폭증하자 집단대출 신규 취급과 모집인 영업을 중단시키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가계대출 수요를 억지로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풍선효과'는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제2금융권은 DSR 50%로 대출한도에서도 2금융권이 유리한 상황이다. 금융권의 자율적인 가격 경쟁에 당국이 개입함으로써 조금이라도 낮은 금리를 찾는 차주의 선택권을 제약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총량규제에 대응하느라 은행권이 가산금리를 높이면서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가계부채를 무조건 다 막을 순 없기 때문에 당국은 실수요자를 선별해서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