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킹산직'이라 불리는 SK하이닉스 생산직 채용 소식에 오히려 몸값을 낮춰 지원하려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한 취업 관련 카페의 'SK 이야기방'에는 'SK 하이닉스 4년제 학위 속이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4년제 졸업 후 전문대학 졸업했다"며 "4년제 학위 안 적고 지원하려고 하는데 이거 걸리나? 어떻게 걸러내나?"라고 적었다. 또 다른 예비 지원자는 "애매한 지방대 4년제 학위 숨기고 고졸 학위만 제출해도 안 들키면 그만 아닌가?'라고 적기도 했다.
이같은 게시글은 SK하이닉스 생산직 직원 채용 공고가 뜬 직후 올라왔다. SK하이닉스는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22일까지 생산직 직원 채용을 진행 중이다. 모집 직무는 설비 유지·보수와 라인 운영을 담당하는 '메인트(Maintenance)'와 반도체 장비 운영과 품질 검사를 수행하는 '오퍼레이터'(Operator)다.
취준생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건 모집 대상이다. 모집 대상은 7~8월에 입사할 수 있는 고등학교 졸업 또는 전문대 졸업자인데, 지원 자격을 맞추려고 학력을 낮추는 이른바 '역(逆)학력' 고민까지 나온 것이다.
지난 1월 진행된 '오퍼레이터' 단독 채용 때도 비슷한 게시글이 올라온 바 있다. 당시 한 작성자는 "4년제 대졸인데 SK하이닉스 오퍼 공고에 지원하려고 한다. 지원 자격이 고졸 또는 전문대졸인데 이런 경우에는 최종 학력을 '고졸'로 기입하고 서류를 작성해야 하나?"라며 "자기소개서나 경력사항에는 대학교 때 있었던 일을 적어도 되는지, 그게 안된다면 철저하게 고등학교 재학 중에 있었던 일을 작성해야 하는지"라고 문의했다.
당시 채용 공고에 '학사 이상 학위 소유자는 지원 불가능'이라고 적혀 있었음에도 학력을 낮춰서라도 지원 자격을 맞추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던 것이다.
SK하이닉스 입사가 하나의 거대한 시험 체제로 굳어지며 이른바 '하닉고시'라는 말도 나왔다. 주요 교육업체들은 SK하이닉스 채용 대비 전용 강의를 잇달아 개설했으며 직무적성검사(SKCT) 대비 교재 역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구직자들이 SK하이닉스에 열광하는 배경에는 실적 성장에 따른 압도적 보상이 있다. '성과가 있는 곳에 확실한 보상이 있다'는 하이닉스의 보상 철학이 '킹산직' 열풍의 기폭제가 된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힘입어 올해 연간 250조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업이익 250조원이 현실화할 경우 내년 초 지급될 '초과이익분배금(PS)'의 재원(영업이익의 10%)은 25조원에 이른다. 이를 전체 임직원 수(약 3만5000명)로 단순 계산하면 직원 1인당 평균 약 7억원(세전)의 성과급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