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의 여파로 인해 높아진 물가는 각국의 중앙은행에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호주중앙은행은 연속 금리 인상에 나섰고, 산유국 노르웨이 역시 선제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유럽중앙은행도 주요국 중앙은행 중에서 최초로 기준금리를 올렸으며, 물가 부담을 크게 느끼는 일본도 여기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 5월 열렸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신현송 총재는 뚜렷한 기준금리 인상의 의지를 드러냈고 이에 한국 국채 금리는 일제히 뛰어올랐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선진국 중앙은행들과는 달리 성장과 물가 외에도 두가지 요인을 추가로 고려한다. 부동산 가격 및 이와 연계된 가계 부채의 증가를 보는 '금융 안정'과 '환율 안정'이다. 이를 고려할 경우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은 고차방정식으로 바뀌게 된다. 지난 해 초를 돌아보자. 지난 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은 금융 위기 당시 기록했던 0.8%의 실질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됐다. 낮은 성장은 수요 부진으로 이어지게 되고 트럼프 취임 이후 확대된 에너지 공급으로 인해 국제유가 안정세와 겹치면서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한은이 목표로 하는 연 2% 상승을 밑돌았다. 성장이 약하고 물가상승률도 낮은 수준이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 금융 안정과 환율은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고 부동산 가격 급등과 맞물려 가계 부채 역시 급증세를 나타냈다. 환율 역시 1500원에 육박하는 상황이 이어졌는데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환율의 추가 상승 및 부동산 불안 확대를 낳을 수 있다. 성장과 물가만 보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지만 금융안정과 환율 불안이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이에 부진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2월과 5월 두차례 기준금리 인하에 그치게 된다.
올해는 지난 해와 사뭇 다르다. 우선 지난 1분기 성장률은 1.7%를 기록했고 한국은행은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이 2.5%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중심에는 AI와 반도체 성장이 자리잡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성장의 개선으로 인한 수요 확대 및 중동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한은의 목표치인 2.0%를 훌쩍 넘어섰다. 성장을 봐도 물가를 봐도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게다가 국내 부동산 시장 역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불안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넘어선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성장, 물가, 부동산 및 가계 부채, 그리고 환율까지 모두 금리 인상의 당위성을 높이는 셈이다.
한국은행 신현송 총재는 최근 채권 금리가 크게 뛰면서 채권 시장 참가자들의 불안이 깊어지고 있음에도 현재의 금리 상승은 시장 원리에 의해 결정이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언급했다. 물가 및 환율의 불안에 방점을 두게 되면 추가 금리 인상의 강도 역시 시장의 예상보다 강해질 수 있다. 2024년 하반기부터 이어졌던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여러 요인이 기준금리 인상을 가리키는 만큼 이제는 변해버린 한은의 스탠스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