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2030 현실 이해보다 표심만 관심
청년들 취업난 넘어 미래 불안,사회 불신
정책 설명 앞서 젊은이 고민부터 들어야
6·3 지방선거가 끝났다. 하지만 여진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정치권과 언론은 2030 세대 표심을 둘러싸고 다양한 분석과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젊은 층의 정치적 선택에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가는 논의를 지켜보며 아쉬움이 남는다. 청년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고, 어떤 내일 꿈꾸는지에 대한 이해와 공감보다 다음 선거에서 이들의 표를 어떻게 얻을까에 더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청년들을 하나의 단어로 규정하기 어렵다. 다만 분노와 좌절의 정서가 읽힌다. 젊은 세대는 공정한 경쟁과 정당한 보상을 기대한다. 성실하게 배우고 꾸준히 노력하면 더 나은 삶을 맞이할 수 있는 사회를 바란다. 그러나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나라 경제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고 세수도 늘어난다는데, 정작 자신의 앞날은 불투명하다고 말한다. 취업 문턱은 여전히 높고, 원치 않게 '쉬었음' 상태에 머무는 친구들도 적지 않다. 바라던 삶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불만과 좌절을 낳기 마련이다.
관건은 우리 사회가 청년들의 처지와 감정을 진심으로 들여다보고 있는가이다. 사람들은 청년 이슈를 일자리 문제로만 바라본다. 물론 취업은 중요하다. 그러나 오늘날 젊은 세대가 겪는 위기의 본질은 단순한 취업난에만 있지 않다. 근본적인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사회에 대한 불신이다. 예전에도 청년기는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노력하면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공부하면 직장을 얻고, 가정을 꾸리고, 내 집 마련이라는 인생 경로를 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대학을 졸업해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어렵고, 취업을 해도 주거와 결혼 문제는 여전히 막막하다. 무엇보다 애쓴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흔들이고 있다. 여기에 사회의 규칙과 게임마저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게 되면 좌절과 울분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사람은 내일에 대한 기대가 있을 때, 삶에 도전하고 성장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젊은 세대가 겪는 위기는 무엇을 해도 달라질 게 없다는 무력감인지 모른다. 무력감은 무관심과 냉소로 이어진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이 미래를 포기하면 사회는 성장 동력을 잃고,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 민주주의도 활력을 잃는다.
한 번 입시가 인생을 좌우하지 않는 교육 체제를 만들고, 각자의 강점과 잠재력을 발견하는 배움의 기회를 넓혀야 한다. 각자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부모 곁을 떠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을 위한 주거 지원도 필요하다. 세대 간 공감을 바탕으로 한 연금 개혁 역시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정책과 제도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정책이 힘을 발휘하려면 청년의 고민과 어려움을 읽고, 함께 해결해 보자는 사회적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각자도생의 경쟁을 넘어 더 공정하고 포용적인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변화의 출발은 경청이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그들이 건강한 방식으로 공론의 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럴 때, 세대 갈등과 사회적 단절을 넘어 연대와 신뢰의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 전국을 돌며 청년 타운홀 미팅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이야기를 듣는 자리다. 무엇이 힘든지,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어떤 사회를 꿈꾸는지 직접 듣는 자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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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흥사단 건물 앞에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이 새겨져 있다.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 지금 우리 청년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나. 희망과 도전, 사회와 미래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품고 있는가. 표를 계산하기 전에 그들의 이야기에 먼저 귀 기울일 때다. 그들은 선거 전략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자랑스런 딸과 아들이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갈 주역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