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 배드뱅크(부실채권정리회사)에 이어 공적인 배드뱅크에서도 금융회사의 배당금 논란이 또 불거졌다. 장기 소액연체자가 채무조정 이후 최장 10년간 성실하게 빚을 갚으면 수익금이 고스란히 금융회사의 순익으로 잡혀서다. 연체자의 재기 지원이란 본래 취지에 맞게 초과수익을 기부금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금융당국과 기금 운용사가 그동안 제도개선에 소극적이었단 비판도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죽을때 까지 빚을 갚으라는 이야기인가. 금융이 너무 잔인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 이후 민간 배드뱅크를 통한 금융회사의 이익배당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위원회의 전수조사 결과 상록수·케이비스타·제네시스 등 민간 자산유동화증권(SPC)를 통해 금융사들이 수십년간 채권 추심을 통해 이익 배당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통령이 X에서 언급한 상록수의 경우 신한카드,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우리카드,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등 9개 금융회사가 주요 주주사로 5년간 420억원의 배당을 받아 '공분'을 샀다. 카드사태 때 발생한 9만명의 7000억원 상당의 연체채권에 대해 수십년간 추심을 통해 얻은 이익이다.
역시 민간 베드뱅크인 케이비스타의 경우 4만4450만명 연체자의 부실채권 8628억원을 넘겨 받아 추심을 했는데 '성공보수' 30%를 주는 구조였다. 1억원 짜리 부실채권을 200만원에 인수해 300만원 만큼 회수하면 이의 30%인 90만원을 성공보수로 주기 때문에 추심을 강도 높게 할 수밖에 없다. 상록수와 케이비스타, 제네시스 등은 논란이 불거진 이후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용하는 새도약기금에 채권을 매각하고 자진 청산하는 방향으로 잡았다.
다만 공적인 배드뱅크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2013년 설립된 국민행복기금은 1억원 이하, 6개월 이상 장기연체자의 채권 약 10조원을 매입했다. 일괄매입 방식의 새도약기금과 달리 채무자가 스스로 신청한 경우가 대상이다. 채무자가 기금에서 감면 받은 빚을 분할 상환해 초과수익이 발생하면 금융회사가 이익을 배분 받는 방식이었다. 성실한 상환자가 최장 10년간 감면된 빚을 갚으면 상환금의 상당액이 고스란히 금융회사의 순이익으로 잡히는 구조였다.
운용사인 서민금융진흥원은 지난 2023년 금융회사에 "초과수익을 기부해 달라"고 1차례 공개 요구했으나 현대캐피탈과 신한카드, 삼성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등 다수의 금융회사가 이를 거부했다.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카드사를 중심으로 "배당을 받지 못하면 배임 이슈에 걸릴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초과수익금은 회사별로 많게는 3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지난 2018년 국민행복기금 보유 채권 중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채권(전체의 약 절반가량)의 경우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됐는데 이 채권은 금융회사 배당 의무가 부여되지 않았다. 이 채권에서는 그간 1184억원 규모의 초과수익이 발생해 캠코가 충당부채로 적립했으며 향후 서민금융 재원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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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캠코로 넘긴 채권처럼 애초부터 초과수익을 기부금으로 운용하도록 전환을 했어야 하는데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금원 관계자는 "기부금 전환은 금융회사 자율에 맡겨야 할 사안으로 서금원이 강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머니투데이 취재 이후 신한카드, 삼성카드 등 일부사들이 기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