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가 2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DIP) 확보 가능성을 높이며 회생의 불씨를 살렸지만 중소 협력업체들의 대금 회수 우려는 여전하다. 해당 자금은 회생절차를 유지하기 위한 운영자금 성격인 만큼 장기간 미정산 상태인 협력업체 납품대금 지급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해서다. 회생절차가 무산될 경우 과거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처럼 상거래 채권 회수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회생 전문가들은 2000억원 규모의 DIP를 '충분한 자금'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협력업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마중물 역할은 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정엽 회생전문 변호사는 "2000억원이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0원보다는 무조건 낫다"며 "상거래 채권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자금을 회수할 시간을 벌어준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다만 "추가 자금 투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과거 티메프 사태처럼 협력업체들의 연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 시장에서는 지난해 티메프 사태가 다시 반복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당시 티몬이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상거래 채권의 실질 현금 변제율은 0.75%에 그쳤다. 판매자들이 받지 못한 미정산 대금 대부분은 출자전환 방식으로 처리되면서 실제 현금으로 회수한 금액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기업회생이나 파산 절차에서는 금융권 담보채권이 우선 변제되고 납품대금 등 상거래 채권은 후순위로 밀리는 구조여서 자산 규모에 따라 협력업체들의 실제 회수율도 크게 낮아질 수 있다.
특히 홈플러스 협력업체 상당수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라는 점에서 피해가 집중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홈플러스 납품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업체당 평균 미정산 대금은 7억7400만원으로 집계됐다. 미정산 대금이 5억원 이상인 업체는 40.7%, 10억원 이상인 업체는 24.0%다. 조사 대상 업체의 98.0%는 납품 후 60일 이상 대금을 지급받지 못했다고 응답해 대금 미정산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납품·용역업체는 약 4600곳에 이른다. 온라인 플랫폼이었던 티메프와 달리 전국 점포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만큼 업종이 광범위하다. 식품과 생활용품 납품업체뿐 아니라 물류와 시설관리, 청소·보안 등 여러 협력업체들이 홈플러스와 거래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홈플러스는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직고용 인력만 1만2000명,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생태계 규모가 상당히 크다"며 "단순 이커머스 부도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해관계자가 많고 파급 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회생 절차가 상거래 채권자들에게는 파산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변호사는 "바로 파산 절차로 넘어가면 담보권자인 금융권이 우선 변제를 받게 되고 상거래 채권은 사실상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며 "회생 절차를 통해 담보로 묶이지 않은 자산을 활용해 상거래 채권자들에게 일부라도 변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도 "DIP는 홈플러스 영업을 이어가기 위한 운영자금으로 협력업체 미정산 대금을 직접 해결하는 자금은 아니다"며 "중소 협력업체들은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면 원자재 구매와 인건비 지급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만큼 회생절차와 별도로 협력업체를 위한 금융 지원과 대금 지급 대책이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