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연구…'뇌 청소부' 전체 이동 경로 마침내 밝혔다

10년 연구…'뇌 청소부' 전체 이동 경로 마침내 밝혔다

박건희 기자
2026.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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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영 IBS 혈관 연구단 단장 연구팀
2019·2024·2025년 연구 이어 '뇌척수액 배출 경로' 완성
비침습 퇴행성 뇌 질환 치료 실마리
국제 학술지 '셀' 실려

후각망울 뇌막에 있던 많은 양의 뇌척수액(형광 표지)이 후각망울 뇌막 림프관에 흡수돼 코 안의 림프관으로 이동·배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후각망울 뇌막에 있던 많은 양의 뇌척수액(형광 표지)이 후각망울 뇌막 림프관에 흡수돼 코 안의 림프관으로 이동·배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내 연구진이 10년간 이어진 연구 끝에 뇌 속 노폐물을 깨끗이 청소하는 경로 전체를 규명했다. 치매 등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를 위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단장 연구팀이 뇌척수액을 뇌막 림프관으로 배출하는 경로를 최초로 규명해 저명 국제 학술지 '셀'(Cell)에 발표했다고 22일 밝혔다.

뇌척수액은 '뇌액'이라고도 불리는 액체다. 뇌를 보호하고 노폐물을 배출시켜 중추신경계의 기능과 항상성을 유지한다. 뇌의 활발한 대사 활동에서 끊임없이 생겨나는 노폐물을 신체 밖으로 꺼내주는 '청소부'다. 만약 뇌척수액의 생성과 배출이 원활하지 않으면 아밀로이드 베타 등 독성 단백질이 뇌에 축적돼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고 단장 연구팀은 2019년과 2024년 뇌척수액이 뇌 하부 뇌막 림프관과 비인두 림프관 망을 거쳐 목 림프절로 배출되며, 노화에 따라 이 경로가 퇴화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한 바 있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이어 지난해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눈·코 주위 등 얼굴 피부 아래 있는 림프관을 통해 뇌척수액을 배출하는 새로운 경로도 발견했다. 또 미세한 기계적 자극을 줘 배출을 촉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다만 뇌척수액이 어떻게 뇌를 둘러싼 뇌막 중 질긴 보호 장벽을 하는 '지주막'을 통과해 바깥층인 경막의 뇌막 림프관까지 유입되는지는 오랜 기간 풀리지 않았다.

연구팀은 10년간 이어진 연구 끝에 뇌척수액이 지주막을 빠져나오는 첫 관문을 발견하고, 이를 '지주막 소창'(Arachnoid fenestration·미세 구멍)이라 명명했다. 이번 연구로 뇌척수액이 지주막 소창을 통과해 뇌막 림프관과 비강(코 안) 림프관을 거쳐 목 림프절로 이동하는 전 과정을 밝혀낸 셈이다.

(A) 생쥐의 후각망울 지주막에 조밀하게 분포하는 미세한 구멍을 발견했다. 이를 '지주막 소창(Arachnoid fenestrations)'으로 명명했다. (B) 생쥐에서 발견한 것과 유사한 지주막 소창이 영장류인 원숭이에도 존재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A) 생쥐의 후각망울 지주막에 조밀하게 분포하는 미세한 구멍을 발견했다. 이를 '지주막 소창(Arachnoid fenestrations)'으로 명명했다. (B) 생쥐에서 발견한 것과 유사한 지주막 소창이 영장류인 원숭이에도 존재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먼저 눈으로 보기 힘든 미세한 배출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림프관을 형광으로 칠한 특수 생쥐와 3차원 입체 영상 기술을 활용했다. 그 결과, 후각망울(뇌 앞) 림프관이 코안의 림프관과 사골판(뇌와 코 사이 얇은 뼈)을 사이에 두고 직접 연결된 모습이 선명하게 포착됐다.

이어 뇌척수액에 형광 물질을 태워 흘려보내는 추적 실험을 진행한 결과, 형광 물질은 새로 발견된 미세 구멍인 '지주막 소창'을 빠져나와 뇌막 림프관에 흡수됐다. 이어 코안 쪽을 통과한 뒤 최종 목적지인 목 쪽 림프절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며 흘러갔다.

나아가 노화가 이 배출 경로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했다. 늙은 생쥐에서는 지주막 소창이 좁아지고 주변 뇌막 림프관이 감소했다. 또 림프관과 후각신경이 통과하는 사골판의 통로도 좁아져 뇌척수액 배출 기능이 많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늙은 생쥐의 코 안 점막에 림프관 생성을 촉진하는 유전자인 'VEGF-C'를 투입했더니, 주변 림프관 재생이 촉진되며 림프관을 통한 배출 경로가 다시 넓어졌다. 감소했던 뇌척수액 배출 기능은 젊은 생쥐 수준으로 회복됐다. 이는 약물을 코안에 투여하는 비침습적 방식으로 퇴행성 뇌 질환을 치료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의미다.

고 단장은 "이번 연구는 약 250년 전 뇌막 림프관이 처음 발견된 이후 오랜 난제였던 '뇌척수액의 지주막 통과 경로'를 명료하게 밝힌 이정표적 성과"라며 "뇌 노폐물 배출의 시작점부터 목 림프절에 이르는 연결 구조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했다.

연구를 주도한 홍선표 연구위원은 "영장류에서도 동일한 지주막 소창 구조를 확인했다"며 "사람의 뇌 청소 메커니즘을 밝힐 핵심 단서"라고 했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이번 성과는 생명 현상의 이해를 높이고 뇌 질환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적 성과"라며 "인류 난제에 도전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기초·원천 연구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고규영 IBS 혈관 연구단 단장(왼쪽), 연구를 주도한 홍선표 연구위원(가운데), 진철화 연구원(박사과정)(오른쪽)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규영 IBS 혈관 연구단 단장(왼쪽), 연구를 주도한 홍선표 연구위원(가운데), 진철화 연구원(박사과정)(오른쪽)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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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보미디어과학부 박건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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