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법원과 군사시설 등에서 AI 글래스 사용 제한이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이동통신 3사가 메타 AI 글래스 판매를 시작한다. 일반 안경과 구분하기 어려운 외형 탓에 무단 촬영과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이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22일부터 메타의 AI 글래스 '레이밴 메타'와 '오클리 메타'를 일부 대리점과 공식 온라인몰에서 판매한다.
두 제품은 메타와 글로벌 안경기업 에실로룩소티카가 공동 개발했다. 사진·영상 촬영과 통화, 음악 재생, 음성 AI 등을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 메타는 최근 한국어를 포함한 14개 언어를 추가해 실시간 번역 지원 언어를 20개로 확대했다.
AI 글래스 확산과 함께 사생활 침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반 안경과 비슷한 외형에 카메라와 마이크를 탑재해 주변 사람이 촬영 여부를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촬영 중에는 LED 표시등이 켜지지만 밝은 야외에서는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AI 글래스를 이용한 무단 촬영 사건이 등장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최근 메타 AI 글래스로 데이트 상대 여성을 동의 없이 촬영하고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한 혐의를 받는 남성을 수사하고 있다.
시험장에서도 대응이 시작됐다. 인사혁신처는 최근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 2차 시험부터 안경 착용자 전원을 대상으로 스마트글라스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도입했다. 법무부도 내년 제17회 변호사시험부터 안경 착용자의 스마트안경 소지 여부를 전수 확인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보안이 중요한 공간을 중심으로 제한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뉴욕주는 20일부터 주 내 모든 법원에서 카메라·마이크를 탑재한 스마트안경의 반입을 금지했다. 미국 공군도 군사시설 보안과 정보 유출 우려를 이유로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국내에는 AI 글래스 이용에 관한 별도 규정이 아직 없다. 현행법으로 동의 없는 촬영이나 영상 유포를 처벌할 수 있지만 촬영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방식이나 표시등 변조 등에 관한 세부 기준은 마련되지 않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AI 글래스 시장은 앞으로 다양한 기업의 제품 출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장 성장과 개인정보 보호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관련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실제 침해 사례를 살펴보면서 필요한 제도를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